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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위고비, 지방간염 치료 가능”…FDA 두 번째 승인으로 시장 판도 변화
IT/바이오

“GLP-1 위고비, 지방간염 치료 가능”…FDA 두 번째 승인으로 시장 판도 변화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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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과 당뇨병 치료에 이어 지방간염(MASH) 영역까지 세마글루타이드 기반의 ‘위고비’가 식약 규제를 넘어섰다. 글로벌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2.4㎎)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지방간염 중 간 섬유화가 진행된 MASH(중등도에서 진행성 간 섬유증, F2~F3기) 성인 환자 치료에 대해 가속 승인을 받았다. 업계는 이번 허가가 치료제 개발이 특히 난항을 겪던 MASH 신약 시장에서 경쟁의 본격 시작을 알렸다고 평가한다.

 

승인을 이끈 임상 연구에 따르면, 위고비는 기존 위약 대비 지방간염 악화 없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간 섬유화(흉터조직)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72주차 임상서 위고비 투여군의 36.8%가 지방간염 악화 없이 간 섬유화를 억제한 반면, 위약군은 22.4%에 그쳤다. 지방 내 염증 개선에서도 62.9%로, 위약(34.3%)을 크게 상회했다. 위고비는 기존 체중조절이나 당뇨 합병증 관리 경험을 토대로, MASH 치료에서 ‘영양 제한+신체활동’과 병행하는 표준요법에 새로운 차별성을 보여줬다.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로, 인슐린 분비 조절과 식욕 억제 작용이 결합돼 있다. 이번 MASH 적응증 허가는 GLP-1 계열 최초로 간 질환에 허가를 받은 사례다. 이는 기존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가 2023년 선보인 '레즈디프라'(세계 최초 MASH 치료제, 하루 1회 복용) 이후 두 번째 MASH 치료제이자, 주사형 치료제라는 점에서 차별화가 두드러진다.

 

MASH는 알코올 섭취와 무관하게 간세포에 중성지방이 쌓이며, 조용히 진행하다가 간경화·간암 등 중증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내 잠정 환자만 2200만명, 전 세계적으로는 과체중 혹은 비만 3명 중 1명이 영향을 받는 질환이다. 하지만 질환 진행 초기엔 증상이 미미해 진단이 늦고, 간 내 염증과 섬유화가 가속화되면 근본 치료는 더욱 어렵다.

 

위고비의 승인으로 치료 불모지였던 MASH 시장에 실질적 대안이 마련됐다.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가 MASH에서 체중감량, 심혈관계 효능 등 입증된 기존 적응증 이점을 바탕으로, 맞춤형 대사질환 치료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미국 FDA의 신속 허가에 힘입어 향후 유럽·아시아 주요국 등에서도 허가 심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약물 기전 및 편의성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GLP-1 계열의 다양한 파이프라인, 경구제와 주사제 간 복용방식 차별화, 체중 감소와 대사 교정 등 다중 효과가 선택 기준으로 부상했다. 국내외 여러 바이오 기업들도 후발 주자로 해당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신속 승인과 실제 시장 도입 사이에는 보험 급여와 환자 접근성, 간장질환 데이터의 장기 추적 관리 등 과제가 남아있다. FDA, EMEA 등 주요 규제기관은 임상 데이터 검증을 엄격히 요구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의 보험 적용, 환자 선별 기준 확립 등 실사용 환경을 안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위고비의 MASH 적응증 승인이 글로벌 지방간염 치료 시장에 게임체인저로 남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임상, 규제와 보험 체계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시장 안착이 가능하다는 신중론도 함께 나온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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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노보노디스크#f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