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인적 쇄신 ‘0순위’ 당 떠나라”…윤희숙, 혁신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분 격화
정치

“인적 쇄신 ‘0순위’ 당 떠나라”…윤희숙, 혁신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분 격화

전민준 기자
입력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13일 인적 쇄신 대상을 공개적으로 규정하고 관련자에 사과를 촉구하면서, 지도부와 주류 각 진영의 정면 충돌로 번지고 있다. 혁신위가 빠른 행보로 계엄·탄핵 사죄, 지도체제 개편 등 굵직한 혁신안을 내놓자 내부에서는 절차와 민주주의 훼손 논란이 동시에 고조됐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당이 새로워지겠다는 것을 가로막고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얘기하는 분들은 당을 떠나야 한다”며 내부 반대파를 ‘인적 쇄신 0순위’로 지목했다. 출범 불과 하루 만에 혁신위는 계엄·탄핵 등 ‘8대 사건’에 대한 사죄를 당헌·당규에 명기하는 1호 혁신안을, 이어 대표 단일 지도체제 전환을 2호 혁신안으로 내놨다. 차기 지도부 선출 전까지 구체적 쇄신 로드맵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쇄신안에 대해 당내 반발이 잇달았다. 당권주자인 나경원 의원은 “의견수렴 없는 혁신안은 갈등과 분열만 반복하는 자충수”라고 지적했고, 장동혁 의원 역시 “언제까지 사과만 할 것이냐”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두 의원 모두 탄핵 정국에서 강경파로 활약했던 구주류 인물로 평가받는다. 혁신위원장직에서 물러난 안철수 의원도 “왜 역주행하려 하느냐”며 “대표에게 당원의 최고위원 선택권을 모두 넘기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혁신위가 인적 쇄신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면서, 해당 ‘8대 사건’—대선 실패·후보 교체 시도·지도부 시위 등—을 거론하자 계파간 반목은 더욱 격화됐다. 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는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구주류 측은 인위적 청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희숙 위원장은 13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지금 이 상황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인적 쇄신의 본질은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벗어나는 데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혁신안을 밀어붙일 경우 내홍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도부 역시 쇄신안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혁신안 구체화를 위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의원총회 등 추가 논의를 거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혁신위를 둘러싼 계파 갈등과 쇄신 논란은 앞으로 지도체제 개편과 인적 청산 방안을 다룰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정치권은 당내 갈등의 불씨가 총선 국면까지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전민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윤희숙#국민의힘#혁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