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명확화”…간호법 개정안 발의에 의료계 주목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 수를 명확하게 법에 규정하는 간호법 개정안이 공식 발의되면서, 의료 현장의 인력 구조와 환자 안전 체계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병원 내 인력 배치는 간호사의 노동환경은 물론, 환자의 생명 안전과도 직결돼 있는 만큼, 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입법 시도가 ‘간호인력 기준 체계화’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간호법 개정안은 3일 국회에서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대표발의자로 나섰으며, 대한간호협회와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공식 지지도 확인됐다. 개정안 골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환자군‧병원 특성‧근무 형태 등 다양한 변수를 반영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세부 기준에 따라 산정하도록 하고, 현장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간호정책심의위원회가 실무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세분화 기준’ 및 ‘배치 현황 공개’, 그리고 국가 책임 명문화 조항이 실효성 확보의 핵심으로 꼽힌다.

기존 간호인력 배치 기준은 행정적 권고 수준에 머무르며, 병원 등급별 차이는 있으나 실제 운영 현장에서는 “1명당 20~70명까지 돌보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개정안은 법적 강제력이 부여된 최초의 ‘적정 환자 수 기준’을 도입해, 실질적 인력 증원 압박을 유도하고 환자 안전과 간호 서비스 질 제고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조치로 평가된다.
배치 기준 수립 및 이행이 제도화되면, 환자 안전과 간호 인력 이직률 감소, 의료 과로사 등 산업계 만성 현안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의 간호사들은 “법적 근거 없는 권고로는 실질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제도화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호소했다. 의료서비스 공급자는 물론, 환자 가족까지 이해관계자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호주 등에서 간호사 1인당 환자수 기준이 법제화돼 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2004년 관련 규정 시행 이후 환자 사망률과 간호사 이직률 통계가 모두 개선된 바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실태 공개 내역이 부족하고, 기준 미달 의료기관에 대한 실질적 제재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에서, 미국·호주 사례를 참고한 법제화 노력이 후속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책 분야에서는 의료현장 데이터 공개, 연차별 기준 세분화, 행정처분·재정지원 맞물림 등 구체적인 이행 수단 마련이 남은 숙제로 지적된다. 간호계와 노동계는 진료지원업무 범위, 인력 교육 체계 개선 등 후속 시행규칙의 병행 정비를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간호법 개정안 상정 자체가 인력 배치 문제를 기술적·제도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며 “인적자원 관리 수준 제고가 의료산업 경쟁력과 환자 안전 수준 모두에 직결될 전망”이라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이번 법제화 시도가 현장에 실질적으로 안착될지, 혹은 또 다른 규제 논쟁으로 흐를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제도, 현장 데이터의 균형이 앞으로 의료 IT·바이오 산업 발전의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