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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해안, 커피향이 머문다”…강릉에서 만난 가을의 온기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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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흐린 날, 강릉을 찾는 이들이 많다. 예전에는 비가 여행의 방해물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촉촉한 바다와 커피향이 어우러진 오후가 특별한 계절의 일상이 됐다.

 

13일 오전, 강릉은 15.9도의 선선한 기온과 촉촉한 가을비가 도시를 적셨다. 동해안을 따라 펼쳐진 해안선과 조용한 시내 곳곳엔 우산을 든 방문객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그려내기 시작했다. SNS에는 구름 낀 바다를 배경으로 커피 한 잔 들고 찍은 인증 사진이 쏟아지고, 비 오는 안목해변의 잔잔한 풍경은 여행객 사이에서 잊지 못할 “강릉의 가을”로 회자되고 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강릉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강릉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강릉관광재단에 따르면 비 예보가 있는 평일에도 주요 해변과 커피거리는 연중 방문객이 꾸준하다. 세대를 가리지 않고 “비 오는 바다 감성”을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것. 하슬라아트월드에서는 대지미술 작품 사이로 우산을 쓴 연인, 가족 단위 방문객, 홀로 산책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바삐 움직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작품과 자연을 차분히 음미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여행 칼럼니스트 이수진은 “비의 기운이 바다와 예술을 더욱 깊이 있게 느끼게 한다”며 “흐린날 강릉에서는 고요한 자신만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고 표현했다. 각 카페의 창가에는 물기 어린 유리 너머로 바다가 아련히 펼쳐지고, 그 풍경이 감성의 일부가 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 오는 날, 커피 한 잔에 파도 소리 듣는 이 시간이 제일 위로가 된다” “날씨가 흐려서 오히려 여행의 맛이 더했다” 등 저마다 강릉만의 계절에 취한 감상을 나누고 있다. 거기엔 일상의 멈춤과 일탈이 고스란히 담긴다.

 

결국 강릉의 비 내리는 해안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예술과 자연, 커피와 휴식이 잇는 이날의 풍경에서, 우리는 삶의 리듬이 조금씩 바뀌는 변화를 느끼게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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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하슬라아트월드#안목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