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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망 647개 멈췄다”…과기정통부, 화재에 위기대응 ‘심각’ 상향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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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배터리 화재가 국가 행정시스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7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에서 발생한 전산실 화재로 행정망이 마비되자, 재난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이번 사고로 정부 행정시스템 647개가 중단되며, 국민신문고·모바일 신분증 등 주요 서비스부터 우체국의 금융·우편 업무까지 광범위한 장애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계와 공공분야 모두에서 국가 디지털 인프라의 복원력과 보안 체계 강화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교착점으로 해석된다.

 

과기정통부는 장관 주재 상황판단회의를 거쳐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올리며,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하는 등 비상대응체계에 돌입했다. 긴급재난문자를 통한 안내와 24시간 비상체제를 이어가고 있으나, 과기정통부 및 산하 기관 홈페이지·행정 내부망·우체국 서비스 등 다수 핵심 시스템이 여전히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우체국 등 민생 서비스까지 피해가 확산되자 정부는 금융 및 우편 업무부터 우선 복구에 나서는 중이다.

화재는 26일 오후 8시15분경, 전산실 내 무정전전원장치(UPS) 리튬배터리 팩을 옮기던 중 폭발이 발생하며 시작됐다. 소방당국이 9시간50분 만에 초진을 완료했지만 내부 온도와 연기 배출 문제로 즉각적인 복구 작업은 이뤄지지 못했다. 행정안전부는 애초 70개 시스템에 국한해 피해 규모를 설명했으나 냉각기(항온항습기) 과열 우려로 모든 시스템 가동을 중지했다고 밝혔고, 서비스 정상화 예상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사고로 29일부터 도입 예정이었던 정부 업무망 공통 인공지능(AI) 서비스의 일정도 미뤄지게 됐다. 디지털 행정 효율화를 목표로 추진되던 핵심 AI 사업도 물리적 인프라 리스크라는 새로운 변수를 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클라우드 전환, 재해복구체계(Backup DR) 강화를 통한 공공 IT 인프라 복원력 제고가 더욱 시급하게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사고가 한국형 디지털 정부 서비스의 연속성과 신뢰성에 대한 재점검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세금 납부·서류 제출 등 필수 행정 데드라인을 정상화 이후로 순연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기술적 진전 뿐만 아니라, 산업 전환을 뒷받침할 제도적·물리적 기반이 신성장 조건임이 재확인되는 위기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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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국가정보자원관리원#우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