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흔들린 빌드업”…홍명보호, 일본전 완패→동아시안컵 아쉬운 결산
빗물에 젖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팬들은 끝내 힘겹게 박수를 남겼다.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마지막 무대, 홍명보 감독이 야심차게 꺼내든 스리백 실험과 신예 발탁에 시선이 쏠렸지만, 이번에도 우승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대표팀의 벤치 주변엔 숙연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결승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은 일본에 패하며 아픈 결과표를 받았다. 이번 대회는 2026 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전초전으로 여겨졌고, 홍명보 감독은 과감하게 전술과 선수 조합 변화를 택했다. 대표팀은 3경기 모두 변형 스리백 시스템을 가동하며 김주성, 박진섭, 박승욱 등 기존과 다른 수비 라인을 선보였다.

중국, 홍콩을 상대로 새로운 전술은 일정 부분 통했다. 하지만 일본전에서 전술의 뼈대가 흔들렸다. 일본은 J리그 스타들이 적극적으로 압박하며, 한국의 빌드업 시도는 잦은 실책으로 이어졌다. 후방에서의 패스 연결이 끊기며 득점 기회는 급격히 줄었고, 롱패스에 의존하다가 공 소유를 빼앗기는 모습이 반복됐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스리백 실험은 나쁘지 않지만 빌드업과 측면 연계가 매우 부족했다"고 평했다. 박찬하 해설위원 역시 "전술 변화를 시도했지만, 대표팀이 최종적으로 갈 방향이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신예 발굴 면에서는 중원의 주전 경쟁이 불투명했다. 김진규, 김봉수, 서민우 등이 번갈아 투입됐으나 중원 장악력에서 고전했다. 특히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서민우, 김진규 모두 상대의 압박에 쉽게 밀렸고, 공격 전환의 속도도 기대에 못 미쳤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황인범의 든든한 파트너를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공격진에서는 오현규가 중심축 역할을 했으나, 이호재가 홍콩전 데뷔골과 일본전 유효슈팅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이호재는 강한 피지컬과 침투 능력을 바탕으로 공격의 활로를 조금이나마 넓혔다. 박찬하 위원은 "이호재는 차세대 공격수로 충분한 성장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한편, 대회가 끝난 뒤 현장에서는 아쉬움과 함께 냉정한 성찰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본과의 수싸움에서 드러난 조직력 차이, 기본기 부족, 전술 미흡 등은 대표팀의 당면 과제로 남겨졌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이제는 기술적 기본과 체계 구축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뜨거운 함성과 함께 지켜본 팬들은 결승의 아쉬움을 가슴에 품었다. 대표팀은 앞으로 남은 월드컵 예선에서 추가 실험과 함께 뚜렷한 주축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숙연한 결산 속에, 한국 축구는 새 전술과 신예 육성이라는 두 과제를 다시 마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