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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한옥 골목”…전주의 고즈넉함과 전통이 스며든 하루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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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비 내리는 한옥 골목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흐린 날엔 외출을 미뤘지만, 지금은 한적한 풍경과 촉촉한 공기가 오히려 마음을 끌어당긴다. 빗길을 따라 전주 한옥마을에 들어서면, 기와지붕 아래로 번지는 전통의 온기와 익숙하지 않은 고요함이 나를 맞이한다.

 

전주가 가진 매력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단순한 관광 도시만은 아니다. 어두운 빗물이 돌담을 적시는 날에도 한옥마을은 여전히 걷고 싶은 곳으로 입소문을 탄다. 골목마다 이어진 공예품 상점과 소품 가게들, 그리고 전주만의 향취를 담으려는 이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에 한동안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더해진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전주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전주

실제로 데이터도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전주시는 13일 오전 23.9도를 기록하며 82%에 달하는 습도를 나타냈다. 비 올 확률은 60%. 이런 날씨임에도 한옥마을을 찾는 방문객이 꾸준하다. 코로나19 이후 느린 여행, 일상에 스며드는 경험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만큼, 우산을 들고 한옥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낯설지 않다.

 

전문가들 또한 전주시 관광의 본질을 ‘정체성 있는 경험’에서 찾는다. 한옥마을 내 모주체험장처럼 전주의 전통주인 모주를 직접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은 감각적인 공간에서 자신만의 레시피로 모주를 빚을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계피, 감초, 대추, 편강을 직접 골라 따뜻한 향기를 머금는 과정 그 자체가 여행의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한 체험객은 “첫 모주 한 잔에 온몸이 느긋하게 풀린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전라북도 역사의 숨결은 국립전주박물관에서도 이어진다. 완산구 효자동에 자리한 이곳에선 4만여 점이 넘는 문화재와 전주의 왕실 문화, 조선시대 미술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상설전시실을 거닐다 보면 빗소리와 어우러진 고미술의 힘이 마음을 오랜 시간 이끌어준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었다”는 방문자의 소감처럼, 흐린 날 박물관 산책은 또 다른 감상으로 남는다.

 

SNS에도 이런 변화가 확인된다. “비 오는 한옥마을엔 꼭 걷고 싶어진다”, “모주 만들기 체험, 친구들과 특별했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여행은 이제 더 이상 멀고 낯선 풍경만을 바라보지 않는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전통과 현재가 이어지는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오히려 마음을 고요하게 정돈해 준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비 내리는 한옥과 함께하는 하루, 전주의 정취는 오늘도 머무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간을 선물한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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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모주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