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영 9회 두 번 무너진 마운드”…KIA, 마무리 교체→집단 불펜 투입 결단
잠실구장 마운드에 선 정해영의 마지막 투구가 그라운드의 정적을 가르며, KIA 타이거즈의 승부처를 결정지었다. 객석엔 안타까운 한숨이, 더그아웃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시즌 내내 흔들림 없이 뒷문을 닫아왔던 정해영이지만, 두산 베어스전 9회말 잇따른 블론세이브와 함께 KIA 벤치는 변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KIA 타이거즈는 17일, 마무리 투수 정해영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며 마운드 재편에 나섰다. 이범호 감독은 정해영의 컨디션 저하와 책임감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 시즌 2승 6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3.86을 남기며 팀 중심 마무리 역할을 해온 정해영은 잠실 두산 3연전에서 9회말 결정적 순간 두 차례 동점·역전 상황을 지켜내지 못했다.

15일에는 5-4로 앞선 9회말, 2사 2루에서 폭투와 실책이 겹치며 두산 정수빈에게 동점 득점을 내줬다. 이어진 16일 경기에서는 3-2 리드 상황에서 1사 만루 위기를 넘기지 못한 채, 조상우로 교체되며 또 한 번 팀 패배의 그림자를 남겼다.
이범호 감독은 “몸에는 이상이 없지만, 페이스가 살아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구속 저하 역시 문제로 대두됐다. 16일 역시 141~142㎞에 머물렀고, 이에 따라 1군 재정비와 마무리 보직 이동이 결정됐다. KIA는 전상현을 마무리 중심으로, 9회에는 조상우·성영탁·한재승을 묶는 집단 불펜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3연승을 달렸던 KIA 타이거즈는 두산전 연이은 끝내기 패배로 팀 분위기 반전의 기로에 섰다. 감독은 “연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던 터라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책임과 열정을 강조하는 목소리와 함께, 젊은 투수 김정엽 등 신규 합류 선수들의 성장 또한 주목 받고 있다.
정해영의 1군 복귀 시점은 미정이다. 이범호 감독은 “마무리라는 무게를 이겨낼 변화와 열정이 필요하다”며 “향후 열흘 내 활력을 찾는다면 다시 마운드 중심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차가운 밤공기 사이, 그라운드를 떠나는 선수와 남은 이들의 표정엔 아직 많은 이야기와 응원이 남아있다. 팀은 정비된 불펜과 새로운 흐름으로 남은 두산전 마지막 경기에 나선다. 야구의 여운과 사유는 경기장 너머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