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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동물 소리 해독”…연구진, 인간·동물 대화 실현 속도낸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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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이 동물의 발성 패턴에서 언어적 원리를 해독하며 생명과학·정보기술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프랑스 렌대대 멜리사 베르테 교수팀을 비롯한 글로벌 연구진은 딥러닝을 활용해 보노보, 침팬지, 고래 등 주요 포유류·조류의 음성 신호 체계를 분석, 인간 언어의 핵심 구성 중 일부가 동물계에도 존재함을 밝혀냈다. 업계는 이번 연구가 AI 기반 동물 커뮤니케이션 산업 확대의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렌대 연구진은 콩고민주공화국 열대우림에서 6개월간 보노보 무리를 관찰, 딥러닝 엔진으로 수집된 음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이걸 하자'는 비명과 '나를 봐'라는 낮은 소리가 연속적으로 결합돼, '함께 하자'는 공동 행동을 유도하는 조합성(combinatoriality)을 확인했다. 침팬지와 곤줄박이(조류), 향유고래의 발성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발견됐다. 예컨대 위협을 알리는 경고음과 동료 불러모으기 신호, 집단 행동을 위한 놀이·휴식 신호 등이 조합적·체계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미국 Project CETI 연구진은 향유고래가 수백개의 클릭 신호(coda)를 리듬, 템포, 속도별로 조합해 의미 구분까지 실행한다는 점을 AI 모델링으로 입증하고 있다. 기존 동물행동학이 수작업 관찰 위주였다면, AI가 음성 신경망·의미 추적을 자동화하면서 수십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명확한 발화 규칙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이 기술은 동물 행동 이해, 보호활동, 동물원·농장 관리, 반려동물 의료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활용도가 급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음성 데이터 활용한 동물 스트레스 진단, 인공지능 기반 행동 지도 등 신제품 개발이 추진 중이다. 사람과 동물 간 실시간 메시지 중계, 동물 자율관리 시스템도 실증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비교에서도 AI 기반 동물 언어 분석은 가속화되는 흐름이다. 지구 종 프로젝트, Project CETI 등 미국·유럽 연구기관이 경쟁적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다만 인간 언어의 시제 이동성, 창의성, 이중성 등 고차원적 특성이 동물의 발성에 동일하게 적용되는지는 아직 과학계에서도 논쟁 중이다. 식별된 조합성과 신호 규칙 위에, 더 복잡한 의사소통 구조가 규명될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책적으로는 데이터 수집의 윤리, AI 적용범위, 연구 표준화 문제가 제기된다. 동물 실험 윤리와 개인정보성 음성 데이터 처리 규정 등 국내외 규제 정립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멜리사 베르테 교수, 데이비드 로빈슨 연구진 등은 “AI로 동물 의사소통 체계 해석이 가속화된 것은 분명하지만, 인간 언어 대체 수준으로 진화할지 여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동물 커뮤니케이션 번역 등 시장 창출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기술 신뢰도·제도적 기반 확보가 전제된 성장이라는 점도 동시에 강조되고 있다. “기술 상용화가 동물 학습·교감 영역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인공지능과 윤리, 데이터와 생명권이 맞닿는 미래산업 구조 전환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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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멜리사베르테#projectce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