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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군사행동 2주 유예 선언”…미중동, 리비아·이라크 악몽 재연 우려 고조→군사·외교 해법 엇갈린 긴장
국제

“트럼프, 이란 군사행동 2주 유예 선언”…미중동, 리비아·이라크 악몽 재연 우려 고조→군사·외교 해법 엇갈린 긴장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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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황혼이 깃든 중동 하늘, 고요는 점점 몰려드는 군사적 긴장의 빛에 깨어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 여부 결정을 2주간 유예하겠다고 선언한 지난밤, 세계의 시계는 다시 리비아와 이라크 사태의 상흔을 떠올리며 숨을 죽이고 있다. 냉철한 신중함과 예민하게 요동치는 불안, 이 둘이 미국 정계와 국제사회 곳곳에서 교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과거 중동 개입이 남긴 암흑의 후유증을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미국 백악관 내부에선, 리비아 내전 개입이 초래한 혼돈과 이라크 침공 이후 아수라장이 돼버린 재건 실패가 그 배경에 있다고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사적인 자리에서 “이란이 리비아로 변하는 걸 결코 원치 않는다”는 심중을 드러냈다고 한다. 미 행정부 내에서도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사례를 경계하며, 한 번 내딛은 악몽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긴장감 어린 목소리가 잇따른다.

미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 / 연합뉴스
미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 / 연합뉴스

양국 간 대치는 점점 시험대에 오른다. 미국 정보당국은 최근 이란의 핵시설 위협시, 혹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유고 발생시 핵무기 개발에 착수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장은 이란이 이미 핵무기 보유 임계점 근처에 있다고 분석했고, 백악관의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이란이 결단만 내리면 모든 조건을 갖췄다고 공식 밝혔다. 실제로 포르도 등 이란 현지 핵시설에선 농축 우라늄이 무장 수준인 60%까지 정제돼 있으며, 미군 마이클 쿠릴라 중부사령관은 “이란은 일주일 안에 핵무기용 물질을 생산하고, 3주 안에 핵탄두 10기를 만들 잠재력이 있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군사 개입 결단을 일시 유보함과 동시에, 항모 ‘니미츠호’를 베트남 대신 중동 해역에 급파하고 조용한 미군력 증강에 착수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를 이란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지원, 또는 B-2 스텔스폭격기의 GBU-57 폭탄 투입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와 연계하고 있다. 그 한편에서 미국 정부는 “협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성명을 재차 밝혀, 외교와 무력 옵션이 교차하는 날카로운 팽팽함이 이어진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해석은 일치하지 않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 사령관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이것이 이란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려는 일종의 ‘기만 전략’일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이란이 실제 핵무기 완성에 2주가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반면 미국 내 정보기관 일부는 완성까지 수 개월, 길게는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상반되는 평가를 내놨다.

 

중동의 불확실성은 다시금 세계 외교와 안보지형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주라는 유예의 시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창과 군사적 방패 사이에서 고요한 결단을 준비할 전망이다. 전 세계는 오늘도 그 흔들림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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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이란#이란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