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리베로 집념의 수비”…임명옥, 9년 만의 기업은행 우승 견인→친정팀에 극적 승리
집요한 집중력이 코트를 가득 채운 결승 무대에서 임명옥은 한순간도 흐트러짐 없이 수비라인을 이끌었다. 여수 진남체육관의 환호와 기대를 온몸으로 받으며, 날카로운 눈빛 하나로 리베로 자리에서 경기를 지배했다. 점점 뜨거워지는 분위기 속, 임명옥의 손끝을 스쳐간 볼은 팀의 운명을 바꿨다.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결승에서 IBK기업은행은 한국도로공사에 세트 스코어 3-1(20-25 25-23 25-23 25-2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기업은행은 2016년 이후 9년 만에 네 번째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이날 경기의 중심에는 또 한 번 베테랑 리베로 임명옥이 자리했다. 임명옥은 네 세트 모두 주전 리베로로 풀타임 투입돼 디그 21개 시도 중 19회 성공, 90.5%의 놀라운 성공률을 보였고 리시브도 16번 중 12번을 성공시켰다.

1세트는 도로공사에 내줬지만 2세트 들어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임명옥의 안정적인 리시브가 살아나기 시작했고, 도로공사 강소휘와 김세인의 공격을 끝까지 집요하게 막아냈다. 2·3세트 접전에서도 임명옥의 결정적인 수비 한 방이 기업은행의 뒷심을 이끌었고,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4세트까지 이어지며 승부의 균형추를 확실히 기업은행 쪽으로 옮겼다.
최우수선수상(MVP)은 같은 팀 레프트 육서영에게 돌아갔지만, 경기 후 현장에서는 임명옥의 헌신적인 수비가 역전우승의 숨은 원동력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올 시즌에도 임명옥은 세트당 7.326개로 수비 1위, 디그 1위(세트당 5.113개), 리시브 효율 50.57%로 베스트7 리베로에 이름을 올려 꾸준한 실력을 입증했다.
더욱 의미 있는 건 임명옥이 지난 4월 29일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친정 한국도로공사를 떠나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다는 점이다. 10년간 도로공사에서 두 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합작했던 ‘친정’을 상대로 이번 컵대회 결승 무대에서 또 한 번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IBK기업은행은 이번 우승을 계기로 V리그 정규시즌에서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시즌 전초전 격인 컵대회에서도 도로공사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중압감 가득한 결승 현장에서도 임명옥의 흔들림 없는 수비는 단 하나의 실수 없이 팀을 지탱하는 힘이 됐다.
경기가 끝난 뒤, 현장에 모인 팬들은 코트를 떠나는 선수들에게 끝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베테랑은 이렇게 말없이 팀을 지켜낸다. 이제 IBK기업은행은 2024-2025시즌 V리그 본경기 출전을 앞두고 있다. 임명옥의 수비가 다시 한 번 팀의 중심축이 될지, 새 시즌의 열기를 예감케 하는 결승의 여운은 길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