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3천500억불 현금 부담 불가능”…위성락, 대미 관세협상 대안 모색 시사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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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협상을 둘러싼 한미 간 충돌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천500억달러 ‘선불’ 발언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임을 분명히 하며,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여야 모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협상 전술과 진정성 논란이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이날 위성락 실장은 채널A 출연에서 “우리가 3천500억달러를 현금으로 낼 수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 그는 “협상 전술의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범위라는 사실”이라면서 “여야를 떠나 인정할 수 없기에 대안을 갖고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상 목표 시점에 대해 위성락 실장은 “차기 한미 정상회담이 목표이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APEC 회의 ‘깜짝 만남’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상상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END(교류·Exchange, 관계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 이니셔티브’에 대한 정치권 공방도 계속됐다. 야당이 “비핵화가 맨 마지막”이라며 공세를 펼치자, 위 실장은 “비핵화 포기는 절대 아니다. 포기한 적도, 포기할 생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대통령 역시 ‘이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을 분명히 갖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협상과 관련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의 최근 논의에 대한 평가도 전해졌다. 위 실장은 “협상 자체의 진전 상황은 아니었으나, 우리의 입장을 더 명확히 전달한 자리였다”며 향후 협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자주국방 논쟁에 대해서도 위성락 실장은 “미국과의 동맹은 지속하되, 우리 스스로의 군사적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며 “자신감을 갖고 자주국방의 정도를 높이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정치권은 이날 위성락 실장 발언을 두고 적극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관세협상과 대북정책 모두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는 APEC 정상회의를 목표로 외교 전략을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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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관세협상#end이니셔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