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에도 한탄강은 흐른다”…철원 명소와 카페에서 찾는 여유
요즘은 날씨에 상관없이 자연을 즐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흐리고 비가 내리면 여행을 망설였지만, 이제는 빗소리와 짙은 습도가 더해진 풍경이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철원에선 흐린 날이면 오히려 자연 속 색감이 도드라진다. 17일, 고석정 국민관광지 꽃밭엔 촉촉이 젖은 꽃들이 더 또렷한 빛을 자랑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꽃무리, 임꺽정의 전설이 배어든 고석정 절벽, 그 아래로 은은히 흐르는 한탄강이 환상처럼 어우러졌다. 삼부연폭포를 찾은 가족은 선선한 빗줄기 속에서 “자연은 날씨 덕분에 더 멋있다”고 웃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탄강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공식 등록돼 매년 방문객 수가 늘고 있다. 명성산의 억새풀, 한탄강의 주상절리, 그리고 삼부연폭포와 같은 명소들은 흐린 날에도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SNS엔 젖은 산책로와 안개 끼는 풍경, 카페에서 찍은 커피 한 잔 사진이 공유된다.
“철원 여행의 본질은 자연을 느끼는 시간에 있다”는 게 지역 관광 안내자의 설명. 흐린 하늘과 서늘한 공기가 오히려 마음을 가라앉히고, 커다란 유리창을 가진 카페 테이블에서 한탄강과 들판을 바라보면 ‘진짜 여행 중’이라는 감정이 깊어진단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가 와도 고석정에서 걷다 보면 청량하다”, “명성산 카페에서 쑥크림라떼 마시는데, 창밖 풍경에 그냥 머물고 싶어진다”는 후기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즐길 거리가 많은 무이무, 대원, 에덴, 인경 화이트하우스 등 다양한 지역 카페들이 새로운 랜드마크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들러 커피와 디저트를 나눌 수 있는 점도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끈다.
비 오는 여행, 카페의 따뜻한 감각과 어우러진 철원 명소는 이제 ‘계절을 즐기는 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