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기온 38도, 얼음골 사람들”…밀양의 여름, 계곡 피서로 몰린다
라이프

“기온 38도, 얼음골 사람들”…밀양의 여름, 계곡 피서로 몰린다

배주영 기자
입력

요즘 밀양에서 계곡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붐비는 여름휴가지로만 여겨졌지만, 이제는 한낮 피서와 밤잠 사이의 필수 루트가 됐다. 그만큼 올여름 밀양의 더위는 유난하다.

 

7월 2일, 밀양은 올여름 최고 기온인 38.3도를 기록했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어지러울 만큼 뜨겁고, 습도까지 높아 체감온도는 이미 한계를 넘어선 듯했다.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도, 미지근한 바람만 들어올 뿐이다. 기자가 얼음골 앞에 도착하자,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아이 손을 잡고 산그늘 아래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얼음골 특유의 차가운 바람이 계곡 틈마다 맴돌았고, 무릎까지 담궈진 물에서 누군가는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밀양 얼음골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밀양 얼음골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기상청은 올여름 폭염이 단발성이 아닌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 밀양을 포함한 경남 지역은 연일 37도 이상의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밤마저 최저 25도를 웃도는 열대야에, 누구나 더위를 견디고자 계곡이나 시원한 실내 공간을 찾는다.

 

전문가들은 유례없는 폭염이 지역 여름 문화까지 뒤흔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생활기상 전문가는 “밀양 얼음골은 계곡 바람 덕분에 도심 대비 체감 온도가 서너 계단 낮아진다”고 조언하며, “낮엔 자연 피서지, 밤에는 실내 공간에서 각자 나만의 쿨링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밀양에서는 얼음골 외에도 위양지의 연꽃길이나 밀양댐 생태공원처럼 숲과 물이 어우러진 명소, 혹은 밀양아리랑아트센터·영화체험관 같은 문화공간에서 무더위를 식히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 정도 더위에도 밖에 나가는 건 계곡이 아니면 엄두가 안 나요”, “아이랑 실내 체험 전시 보다가 시원해서 하루 종일 있었다”는 반응 속에, 일상의 작은 피서법들이 자연스레 공유되고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밤에도 에어컨 필수”, “밀양 얼음골 덕분에 살겠다” 등 무더위 대피 경험을 나누는 목소리들이 줄을 잇는다. 예년과 달리 한여름 임시방학, 가족 단위 피서가 밀양 계곡이나 문화공간으로 쏠리며 휴가 풍경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밀양의 여름은 이제 붐비는 계곡과 조용한 실내 공간에서, 잠시나마 숨을 고르는 풍경이 자연스러워진 시절을 보여준다.

배주영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밀양#얼음골#폭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