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방비 IoT 기기 29억개”…한국, 사생활 유출 위험 커진다
IoT(사물인터넷) 기기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정보보안 취약점이 국민의 실생활까지 직접 위협하는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아파트 월패드, IP카메라, 로봇청소기 등 생활 밀착형 IoT 기기가 해킹된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며, 사생활 영상 유출 등 현실적 피해가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IoT 생태계의 안전성 강화가 산업 성장의 필수 요건이자, 초연결 사회의 신뢰 기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만 약 29억개의 IoT 장치가 설치된 것으로 집계되면서, 실생활 보안문제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IoT 기기 보급량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글로벌 IoT 시장 역시 지난해 1조3870억달러(약 1864조원)에서 2028년 2조2270억달러(약 299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연결 기기 수가 늘수록 해커의 침입 경로도 다양해져, 영상·음성 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2021년 전국 40만 세대의 아파트 월패드 해킹 사건, 지난해 IP카메라·웹캠 사생활 영상 4500여건 불법 유출 등 반복적인 침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22년부터 ‘IoT 보안인증’ 제도를 법제화해, 가전과 주택 등 국민 생활에 밀접한 IoT 기기의 보안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총 439건의 IoT 기기가 인증을 마쳤고,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의 로봇청소기가 최고등급인 스탠다드 인증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획득했다. 스탠다드 인증은 고도의 해킹 공격에도 대응 가능한 종합적 보안 체계를 갖춘 제품에 부여된다.
아울러 정부는 인증제도 활성화 및 진입장벽 해소를 위해 2023년 ‘파생모델 인증’ 제도를 신설했다. 기본 인증을 거친 제품과 유사한 시리즈는 간소화 심사로 절차를 대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소비자들이 제품의 보안 등급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IoT 보안인증 라벨(인증마크·QR코드) 도입도 확산 중이다. 하반기에는 월패드 등 주택용 영상정보처리기기 대상 인증 확대한 정책, 제품 출시~사후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 보안 강화책을 추진한다.
글로벌 기준 정합성 확보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미국, EU 등 주요국 인증체계 변화 동향을 지속 모니터링해 국내 제도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인증을 받은 후에도 보안 취약점 발견 시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사후관리 체계 고도화도 병행한다.
최윤선 한국인터넷진흥원 디지털제품인증팀장은 “급증하는 IoT 기기 보급 속에서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보안 문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인증제도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높여 IoT 생태계 전반의 보안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정부 정책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