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美 관세 역풍 본격화”…현대차그룹, 가격경쟁력 약화→글로벌 수익성 위기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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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한층 가혹한 역풍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이 유럽연합 및 일본산 자동차에 관세를 15%로 인하하며, 한국만 25%의 높은 장벽 아래 놓이게 됐다. 긴장감이 감도는 미국 시장에서 그간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일본·유럽 주요 브랜드와 맞서 온 현대차·기아 및 제네시스는 선택의 여지 없이 수익성 하락과 경쟁력 약화라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관세 조정 이전, 현대차·기아는 픽업트럭을 제외한 모든 차량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며 비교적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유럽·일본 업체들에 대한 관세가 대폭 낮아짐에 따라 기존 동급 차량 대비 저렴한 가격선도 지위가 흔들릴 전망이다. 투싼, 아이오닉5 등 주요 라인업은 관세를 반영할 경우 폭스바겐 티구안, 도요타 라브4, 혼다 CR-V 등에 비해 오히려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 전기차의 경우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종료와 맞물려 가격 격차 확대가 불가피하다. 프리미엄 세그먼트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제네시스 G80은 이제 메르세데스-벤츠 E350, BMW 530i 등 유럽 고급 브랜드와의 가격 차이가 사라지거나 역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美 관세 역풍 본격화…현대차그룹, 가격경쟁력 약화→글로벌 수익성 위기
美 관세 역풍 본격화…현대차그룹, 가격경쟁력 약화→글로벌 수익성 위기

수치는 상황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관세 부담이 고스란히 기업 재무제표에 반영되며, 지난 2분기 기준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 손실이 1조6천142억 원에 달했다. IBK투자증권은 현재 관세가 지속될 경우 매달 7천억 원 수준의 추가적 관세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 이외 국가로 생산 및 수출 전략을 다각화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영업이익 ‘톱2’ 지위마저 위협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상반기 폭스바겐그룹을 앞질렀던 현대차그룹의 수익성은, 수천억 원 규모의 미국 관세 부담으로 인해 언제든 역전될 수 있는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놓였다.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적극적 통상 협상과 자동차 기업의 인센티브 지원, 미국 현지 생산 확대, 글로벌 시장 수출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미국과 협상력 강화에 나서야 하며, 관세 부담이 기업에만 전가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고언했다. 더불어 미국 내 생산량 증대와 새로운 거점 개척을 위한 전략 수립이 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새 국면에 접어든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과 한국 자동차 산업의 행로는 단순한 가격경쟁 그 이상을 요구받으며, 산업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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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미국관세#투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