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 일본 먼저 찾은 건 최초”…이재명 방일에 日언론 실익 중시 해석
한국과 일본이 다시 갈림길에 섰다. 취임 후 80일 만에 일본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에 일본 언론은 이례성을 강조하며 실질 협력 중시라는 메시지를 읽었다. 한일 현안에 대한 신중한 태도가 드러난 가운데, 정상회담을 마친 양국 관계 재정립 여부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23일, 일본과 미국 순방을 앞두고 일본을 먼저 공식 방문했다. 3박 6일 일정으로 시작된 이번 일본 방문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한국 대통령이 미국보다 먼저 일본을 양자 외교 첫 방문국으로 택한 것은 처음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교도통신은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동맹국 미국보다 먼저 양자 외교 대상으로 선택한 적이 없었다"며 본 행보의 전례 없음에 주목했다. 요미우리신문과 닛케이도 "수교 60주년을 맞아 관계 강화 확인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닛케이는 "이념보다도 실익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이 전례에 얽매이지 않고 현 국제 정세를 판단했다"고 해석했다. 또 역대 한국 대통령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 55일 만에 일본을 찾은 이후 두 번째로 빠른 공식 방문임을 짚었다. 이와 달리 김대중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은 각각 224일, 310일 만에 일본을 방문한 바 있어, 이번 행보의 속도감과 의미를 부각시켰다.
특히 8월 공식 방일 역시 양국 정상 간에는 전례가 없는 시기다. 닛케이는 광복절 등 반일 정서가 조성되기 쉬운 점, 1983년 일본 총리의 첫 공식 방한 이후 8월에 한일 정상이 상호 방문한 일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실용적 접근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일본 언론에서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자"고 밝혔으며, 위안부와 징용 문제에 대해선 "진실과 감정의 문제이며,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해 진심으로 위로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전 정부의 합의와 국가 정책을 간단히 뒤집을 수는 없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아사히신문은 "이 대통령이 한일 역사 현안과 기존 합의 계승, 미래지향적 관계 구상 모두를 강조했다"고 해설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대응으로 인해 일본과의 안정적 관계 구축을 의도한 것"이라는 일본 내 분석도 전달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신뢰 관계도 이번 정상외교 배경으로 언급됐다.
한편 수산물 수입 규제와 같은 현안에 대해 일본 측이 완화 요구를 할 예정이나,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마이니치신문은 "정상회담에서 수산물 협의가 이뤄지더라도 상세한 내용은 비공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미래 지향을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가 새로운 한일관계 구축의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본 수산물 수입, 역사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두고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동북아 정세에도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향후 한미일 연계 외교 전략 강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