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록에 또 신기록”…이재웅, 1,500m 질주→한국 육상에 새 역사
홋카이도의 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트랙 위, 남자 1,500m 결승선 앞에서 관중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다. 새로운 한계를 스스로 무너뜨린 이재웅은 3분36초01의 압도적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자신의 신기록을 또 한 번 갈아치웠다. 보는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한 순간, 그의 질주에는 포기 대신 도전만 남아 있었다.
2025 호크렌 디스턴스챌린지 4차 대회가 16일 일본 홋카이도 기타미시에서 열렸다. 이재웅(국군체육부대)은 남자 1,500m 경기에 출전해 3분36초0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라이 나나미(일본, 3분36초58), 인도 걸비르 싱(3분36초58) 등 아시아 강자들을 따돌린 이재웅은 우승과 동시에 한국 신기록, 더불어 2025시즌 아시아 랭킹 1위까지 동시에 달성했다.

경기 초반부터 선두권을 유지하며 빈틈 없는 레이스를 펼친 이재웅은 반환점을 돌며 스피드를 끌어올렸다. 마지막 400m에서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지만, 이재웅은 폭발적인 스퍼트로 경쟁자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밟았다. 2위를 0.57초 앞선, 아시아 최고의 주자로 우뚝 선 순간이었다.
이재웅의 질주는 최근 한 달여간 놀라운 기록 행진으로 빛났다. 2025 호크렌 디스턴스챌린지 2차 대회에서는 3분38초55로 1993년 김순형의 역대 한국 기록을 0.05초 앞지르며 반세기 만의 금자탑을 세웠다. 그리고 이번 4차 대회에서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2초54를 단축, 스스로의 장벽을 뛰어넘으며 한국 중거리 육상계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놨다.
경기 후 이재웅은 “계속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앞으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 세계를 향해 큰 목표를 갖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한육상연맹, 지도자, 가족과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더 많은 성과로 보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여자 1,500m에서는 박나연(원주시청)이 4분14초25를 기록해 2위로 골인했다. 박나연은 케냐의 마거릿 에카랄레(4분09초64) 다음으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불과 대회 전 4분14초80의 여자 일반부 한국 기록을 또 다시 0.55초 앞당기며 부별 신기록을 작성했다. 종합 한국 기록에도 단 0.07초만을 남겨두며 성장세를 증명했다. 박나연 역시 “기쁘면서도 아쉽다. 피곤한 상황에서도 기록 단축에 최선을 다했다. 앞으로도 한국 기록에 계속 도전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재웅은 지난 5월 아시아선수권 1,500m에서 3분42초79로 2위에 오르며 30년 만에 한국 남자 선수로는 첫 아시아선수권 메달을 따냈다. 이어진 신기록 레이스는 남은 국제대회에서도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강한 동기를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체온을 식힐 틈 없는 트랙, 환호와 박수로 채워진 관중석엔 선수들의 헌신과 꿈을 응원하는 온기가 감돌았다. 이재웅과 박나연, 두 선수는 각각 남녀 1,500m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며 한국 중거리 육상의 미래를 향해 묵묵히 달리고 있다. 이 의미 있는 질주와 기록은 앞으로 치러질 국제무대에서 또 한 번 새로운 기대를 더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