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개입 추궁에 정면 충돌”…조희대 대법원장, 법사위 국감에서 야야 격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여야 간 정면 충돌이 빚어졌다. 조 대법원장이 참석한 13일 법사위 국정감사는 증인·참고인 신분, 대선 개입 의혹, 이석 논란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시작부터 고성과 항의가 이어지며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날 국감은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재명 대통령 후보 대선 재판' 관련 대선 개입 의혹을 집중 제기한 가운데, 조 대법원장에게 신속한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판결 경위를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힐 것을 요구하며 국정감사 조사권을 근거로 강도 높게 압박했다. 민주당 박균택 의원과 서영교 의원 등은 "한덕수 총리를 만난 적 있나", "윤석열과 만남 내용은 무엇인가" 등 구체 추궁을 이어갔다.

반면 국민의힘은 삼권분립 원칙과 사법권 독립을 방패로 조 대법원장이 관례에 따라 이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나경원 의원은 "대통령, 총리, 국회의장도 상임위에 나와야 하냐"며 "전대미문의 기괴한 국감"이라 강력 비판했고, 신동욱 의원 등은 민주당이 "특정 재판에 개입하려 한다"고 항의했다.
국감 내내 조 대법원장은 추미애 법사위원장으로부터 이석 허가를 받지 못한 채 약 1시간 반 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인사말을 통해 "재판의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선례는 법관 독립을 위축시킨다"고 강조한 뒤, 여야 질의에 별도 응답 없이 오전 정회 시 국감장을 떠났다.
이날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 임명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까지도 거론하며 책임 추궁 강도를 높였다.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김건희 계부가 추천했다"는 제보 의혹까지 언급해 논쟁은 더욱 증폭됐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양평군청 관련 고 김건희 특검 참고인 사건을 언급하며 검은 리본을 달고 상복을 입고 국감에 참석, 민주당의 증인 채택 방식과 정치적 의도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민주당이 '이재명 재판' 변호인처럼 행동한다고 꼬집으며 공세를 폈다.
추미애 위원장은 "모든 단계에 예외 적용, 속전속결 판결" 등으로 조 대법원장을 직격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도 "대법원장이 대선에 개입했는지 밝힐 의무가 있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파기자판해서 이재명 대통령 출마 못 하게 했어야 한다"며 재판 절차 자체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국감 내내 여야는 대법원장 출석의 정당성, 국회의 감사 권한, 사법부 독립 등 쟁점별로 강하게 부딪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회가 사법부를 정치 장으로 삼는 관행이 반복된다면 헌법상 권력분립의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국회는 여야 공방 속에 대법원 국정감사를 사실상 파행으로 마무리했다. 정치권은 조 대법원장 증인 출석을 계기로 사법·입법부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는 다음 회기에서 사법제도 개선 및 감사 권한을 둘러싼 본격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