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지향적 한일 파트너십 강조”…이재명·이시바, 정상회담서 협력 교두보 구축
통상 및 안보 정세를 둘러싼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23일 도쿄 정상회담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 의지라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과거사에 쟁점이 집중됐던 한일 관계가 최근 들어 ‘공동의 이익’과 상생을 겨냥한 실용 외교로 가닥을 잡으면서, 정치권 내부에서는 “한일 셔틀외교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이날 한일 정상은 113분간의 회담과 공동 언론발표문 채택을 통해 양국 간 협력 시스템 구축에 공감대를 이뤘다.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해 파트너인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이고 호혜적인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두 정상의 공동 발표에는 글로벌 불확실성 속 경제와 안보, 그리고 사회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양국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회담 분위기는 협력과 공조에 방점이 찍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일본 방문이 25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한국 대통령이 정상 외교 목적의 첫 방문지로 미국보다 일본을 택한 것 역시 이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가 한일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가 보여주는 것이며, 서로 도움 되는 최적의 파트너”라며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이시바 총리 또한 “양국 관계의 강화와 발전은 한국과 일본 양국, 그리고 이 지역 전체에 이익이 된다”고 화답했다. 최근 양국이 모두 미국을 상대로 통상 협상에 임하면서 ‘이웃 국가 간 공동의 이익’이란 전략적 공감대 역시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자 글로벌 복합 위기 속 핵심 파트너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특히 양 정상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계승을 재확인했다. 이시바 총리는 공동 언론발표문에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비롯,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언급했다”고 명시했다. 반면 위안부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일본산 수산물 수입 문제 등 최근 몇 년간 양국 갈등의 단초였던 과거사 현안은 최소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전에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가로서 약속이므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고, 회담장에서는 “불필요한 갈등을 보정하고 필요한 것은 협력하는 것이 이웃 국가의 바람직한 관계”라고 짚었다.
이번 회담의 또 다른 중요한 키워드는 ‘한미일 3국 협력’이다. 한미정상회담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 이뤄진 일본 방문에 대해 여권 일각에서는 “한일·한미일 선순환 협력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두 정상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흔들림 없는 한일, 한미일 협력 추진이 중요하다”며, 한일 관계 개선이 한미일 공조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지속하자고 밝혔다.
양 정상은 협력 추진 체계 마련에도 합의했다. 인공지능 등 미래산업 협력, 저출산·고령화 해법 공동 모색, 워킹홀리데이 등 인적교류 방안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국회 및 외교가에서는 “상호 불신 해소를 넘어 실질 이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치권은 한일 정상 셔틀외교의 본격 재개와 관련, 향후 한일 협력의 제도화 가능성, 한미일 공조의 외연 확장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