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경기력 증명”…안세영, 김가은 돌파→8강 무실세트 진격
경기 전 고요하게 감돌던 긴장감은 안세영의 날렵한 움직임에 점차 옅어졌다. 코트 한가운데에서 펼쳐진 삼성생명 동료 맞대결, 안세영은 흔들림 없는 집중력으로 한 포인트씩 쌓아가며 작은 흔들림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팬들은 안세영의 침착한 표정과 여유 있는 스텝에 마치 운명이 예견된 듯한 승리의 리듬을 감지했다.
남다른 각오로 나선 안세영은 세계랭킹 1위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24 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인도네시아오픈 여자 단식 16강에서 김가은(랭킹 25위)을 2-0(21-7 21-11)으로 완파하며 8강에 안착했다. 1세트부터 정교한 드롭샷과 네트 앞 공방에서 밀리지 않는 집중력으로 김가은을 압도했다. 점수는 어느새 두 자릿수 차이로 벌어졌고, 2세트에서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승리로 안세영은 앞선 32강전에서도 부사난 옹밤룽판(태국)에게 2-0(21-14 21-11) 셧아웃을 기록했다. 두 경기 모두 30분을 넘기지 않아, 체력 안배 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지난해 이 대회 결승에서 천위페이(중국)에게 패해 아쉬움을 남겼던 기억은, 한층 더 굳세진 눈빛으로 바뀌고 있었다.
최근 싱가포르오픈 8강에서 천위페이에게 0-2로 고개를 숙였던 순간의 감정도 이날 승리로 조금씩 잊혀지고 있다. 올 시즌 안세영은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전영오픈 등을 차례로 제패하며 국제 무대를 호령하는 한국 스포츠의 상징이 됐다. 경기 후 안세영은 “동료와의 맞대결이어서 쉽지 않았지만, 내 템포를 끝까지 유지하려고 했다. 큰 대회 우승에 대한 갈증이 크다”고 말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자카르타 현지 팬들도 안세영의 정확한 드롭샷과 빠른 랠리 속에서 연신 환호를 보냈다. 경기장의 공기마저 한층 가볍게 느껴질 만큼, 안세영의 플레이는 현장의 분위기를 단숨에 장악했다. 대진표에 따르면 안세영은 8강에서 새로운 상대를 맞는다. 결승전에는 다시 한 번 천위페이와 리턴매치가 예고돼 있어 더욱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8강 경기는 6일 펼쳐질 예정이다. 무실세트 행진을 이어가는 안세영의 다음 걸음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코트 위에 선 한 선수의 마음과 꿈, 그 깊은 울림은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 속에 남을 듯하다. 인도네시아오픈을 통한 안세영의 여정은 6일 열리는 8강전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