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앞세운 AR 안경 시대”…삼성·구글 가세로 시장 급변
디스플레이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스마트 안경이 IT·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전환시키고 있다. 메타가 레이밴 디스플레이 등 신제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노리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구글·아마존·애플 등도 속속 출사표를 던졌다. 업계는 스마트 안경이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기기’의 경쟁 구도를 본격화할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글로벌 VR 헤드셋 출하량은 전년 대비 14% 감소했지만, AR 스마트 안경 출하량은 같은 기간 50% 이상 늘었다. 전체 스마트 안경 출하량은 1년 만에 110% 뛰었고, AI 기술이 적용된 모델이 78%를 차지하며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AR·AI 기능을 접목해 메시지, 번역,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안경을 통해 직접 구현할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지목된다. 시장조사업체 측은 “2027년까지 연평균 69%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스마트폰을 바로 대체하지는 않아도, 주요 액세서리로 시장 영향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메타는 2024년 하반기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공개로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했다. 손가락 움직임을 감지하는 웨어러블 ‘뉴럴 밴드’ 등과 연동해 디스플레이 위에 메시지·내비게이션 정보를 띄우는 등 사용자 경험이 대폭 강화됐다. 기존 카메라·스피커 중심 제품을 한 단계 진화시킨 결과다. 반면 VR 헤드셋 시장은 성장 정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역시 대형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엑스리얼과 레이네오가 상반기 글로벌 점유율 60% 이상을 기록했고, 샤오미·알리바바 등도 초경량 프레임, AI 비서 탑재 등으로 빠르게 존재감을 확대했다. 전체 분기 판매량 기준 레이네오는 올해 2분기 1위에 올랐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구글과 공동 개발 모델을 앞세워 본격 진입을 공언했다. 삼성은 고해상도 올레도스(OLEDoS) 디스플레이와 퀄컴 XR2+ 칩셋, 16GB 램 등 프리미엄 사양의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을 2024년 7월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 초에는 구글과 협력한 안경형 기기 ‘해안(HAEAN)’도 선보이고, 패션 브랜드와 연계 모델도 추진 중이다. 이들 제품은 초기 10만 대 내외로 시장 반응을 탐색할 방침이다.
북미 시장에서는 아마존이 마이크와 스피커, 풀컬러 디스플레이를 통합한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으로, 2025~2027년 중 출시 가능성이 점쳐진다. 애플은 2027년 상반기 첫 ‘애플 글라스’를 300만~500만 대 규모로 출시할 계획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아이폰·비전 프로 등 자체 생태계와 연결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프리미엄 수요 흡수와 산업 내 영향력 확대를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AR+AI 융합으로 신기술 적용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각 사는 자사 운영체제·앱스토어·음성 비서 등과 스마트 안경의 통합을 추진해 결제, 업무, 메신저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하고 있다. 기술 경쟁에서는 중국업체의 저가·대중화 전략이, 프리미엄 세그먼트에서는 삼성·구글·애플 등 빅테크의 ‘생태계 락인(Lock-in)’ 효과가 병행될 전망이다.
규제와 인증 부문에서는 개인정보보호, 위치정보 처리, 안전기준 등 법적 진입장벽이 여전히 논의 중이다. 각국 정부와 산업계는 스마트 안경을 둘러싼 윤리·보안 문제, 의료·헬스케어 접목 사례 등에 대한 정책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는 실사용 경험 데이터와 관련 표준 마련이 추가 과제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한 현 시점에서, 스마트 안경은 IT·바이오 산업의 기술 변화와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견인하는 차세대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며 “향후 생태계 주도권 확보여부가 산업 전반의 지형을 좌우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