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 리의 흔들리는 눈빛, 침묵의 저주”…구마수녀-들러붙었구나, 불안의 서사→영원한 그림자 미스터리
한낮의 대만야자수 그늘 아래, 알 수 없는 어둠이 사람들의 일상에 조용히 스며든다. 영화 ‘구마수녀 - 들러붙었구나’는 스테파니 리가 연기하는 탈리아의 무표정과 깊게 흔들리는 눈빛을 통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저주의 그림자를 관객 앞에 내밀었다. 익숙한 공간 곳곳에 불현듯 파고드는 공포의 기운은 특별한 예고 없이, 택배처럼 일상에 침투해 인간의 두려움을 일깨웠다.
영화는 어느 평범한 현관문 앞에서부터 시작되는 미지의 미스터리와, 보자기 천으로 덮인 죽음의 예고, 그리고 이어지는 연쇄적인 목숨의 상실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탈리아와 오형사가 마주하는 죽음 너머의 경계선 위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붕괴와 광기가 삶을 관통하고 있다. 숨이 멎을 듯 지나가는 고요와 순간적인 비명이 이어질 때, 노홍진 감독의 절제된 연출은 인물 속 불안정한 심리와 위태로운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했다.

이야기는 무채색의 색감과 긴장감 어린 사운드를 입혀, 점차 축적되는 불쾌한 정적과 서스펜스로 관객의 마음을 붙든다. 특히 죽은 이의 목소리를 듣는 탈리아의 처절함과 오형사의 불신, 파악할 수 없는 죽음의 의미에 대한 각 인물의 충돌은 또렷한 존재감을 선사했다. 영화의 저주는 구성과 연기에 힘입어 관객의 마음에 쉽게 지워지지 않을 그림자를 남겼다.
무엇보다 스테파니 리, 이신성, 김태연의 열연은 침묵 속 드러나는 공포감과 내면의 소용돌이를 실감 나게 전달했다. 감독 노홍진은 호러 장르 특유의 반복 위험성마저 정면 돌파하며, 인간 심리의 저변과 마주치는 울림을 만들어냈다. 제작사와 배급사의 협업 아래 ‘구마수녀 - 들러붙었구나’는 오는 2025년 7월 17일 개봉을 통해 극장가에 새로운 한국 호러의 바람을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