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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전산망 또 마비”…이중화·백업 미비, 디지털 정부 불안 다시 드러나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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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전산망 마비 사고가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로 또다시 발생하면서, 공공 정보시스템의 이중화 관리와 데이터 백업 구조의 근본적 결함이 부각되고 있다. 인력 부족, 예산 제약,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산업 현장에서는 재난 복구 시스템의 실효성과 디지털 정부 운영 신뢰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행정안전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리튬 배터리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 이후 22시간 만에 진화가 완료되며 본격적인 서비스 복구에 나섰으나, 647개 전산 시스템 가운데 551개만 우선 재가동하고 있다. 국민신문고·정부24 등 다수 인터넷 서비스와 행정 내 업무망이 한때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이어졌다.

문제의 핵심은, 2023년 행정망 장애 직후 정부가 도입한 업무 연속성(Business Continuity Planning, BCP)과 재난 복구(Disaster Recovery, DR) 체계가 이번 화재 등 실재 사고 상황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행안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의 약 1,600개 업무 시스템을 대전 본원, 광주센터, 대구센터로 분산 운영하고 있으나, 이중화와 데이터 백업 체계가 여전히 제한적으로 구축돼 있었다.

 

기술적으로, 서버 이중화는 동일 서비스 시스템을 여러 데이터센터 또는 장비에 분산해 하나가 마비돼도 다른 쪽이 즉시 대체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액티브-스탠바이'는 전통적인 구조로, 하나의 서버가 대기하는 형태이고, '액티브-액티브'는 두 대 모두 실시간으로 가동돼 장애시 신속하게 대체된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대다수 업무 시스템을 전통적 '액티브-스탠바이' 또는 최소 백업 형태로만 운용한 상태다. 이번 사태에서 직접 피해 시스템 96개는 복구까지 시간이 추가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고로, 일부 서비스만 복구된 채 주요 대민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이중화와 백업 구조가 실제로는 전체 시스템을 위한 신속 복구 능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일부만 이중화=전체 연속성 확보'가 아니라는 점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글로벌 IT 인프라 운영사들은 데이터센터를 지리적으로 다중 분산하고, 실시간 동시 백업을 기반으로 수분 이내 장애 전환을 구현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공공기관의 DR 계획과 업무 연속성 시스템(BCP)이 선진국 대비 아직 미흡하거나 예산·인력 부족 탓 적용 폭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한다.

 

업무 연속성과 관련해 정부도 DR 설비가 다수 최소 규모 또는 단순 데이터 백업 형태이고, 일부 시스템만 '액티브-액티브'로 고도화 시범사업 단계임을 인정했다. 전문 인력 부족, 공무원 순환보직 등도 전문성 축적의 한계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민간 IT 인프라 도입, 민영화 등 근본 대책 검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2023년 대규모 행정망 장애 당시, 정부는 노후 장비 교체와 이원화 시스템 구축 등 종합 대책을 약속했으나 이중화 정책의 실효성, 예산 우선순위, 전담 인력 확보 등 근본적 한계가 반복되고 있다. 행안부는 향후 복구 진행 상황과 장애 원인 규명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행정 정보시스템 이중화·백업 체계의 전면 재점검과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며 “실제 재난 상황에서 ‘부분적 복구’가 일상화된다면 디지털 정부로의 전환 자체가 위험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사태가 실질적 시스템 개편의 계기가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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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중화#행정안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