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4D 해저탐사로 희토류 확보”…KIGAM, 서태평양 자원선점 본격화
3D/4D 고기능 탐사기술이 해저 광물자원 확보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이 개발·운용하는 첨단 물리탐사연구선 ‘탐해3호’가 서태평양에서 해저 희토류 정밀 탐사 임무에 착수하며, 미래 산업 전략자원 경쟁에서 한국의 전략적 입지가 주목된다. 업계와 연구진은 이번 실증을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 경쟁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KIGAM은 14일 탐해3호가 진해항을 출항해 서태평양 공해 해역에서 고농도 해저 희토류 탐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2020년부터 4년간 축적된 희토류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신 해저코어 채취·3차원 물리탐사·AI 분석 기법을 결합해, 전략 자원 확보를 위한 현장 정밀 탐사가 이뤄진다.

해저 희토류는 육상 자원 대비 채광 용이성, 고농도 중희토류 비율, 환경오염 저감 등에서 경쟁력을 보인다. 해저 퇴적물 상부 10m 이내에서도 높은 희토류 농도가 확인되며, 중희토류 함량은 평균 2배 이상, 방사성 원소 비율도 낮아 해양선광 공정에서 친환경적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KIGAM은 2020~2023년 태평양 159개 해역의 희토류 농도 분포를 조사했으며, 서태평양과 대양 적도 인근에 고농도 자원이 분포함을 밝혔다.
탐해3호는 6862t급, 총 1777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고성능 연구선으로, 해저 탄성파(음파), 에어건, 스트리머, 400대의 해저면 노드형 수진기(OBN) 등 최고 수준의 3D/4D 탐사장비를 갖췄다. 한 번 탐사에 축구장 590개에 달하는 약 4.2㎢를 정밀 스캔할 수 있다. 이번 임무에서는 해저코어 채취를 통한 3차원 자원 부존량 산정, 다학제적 부존기작 연구, AI 기반 자원 예측, 개발 가능성 평가 등 종합적 접근이 추진된다.
특히 이번 탐사는 시료 확보에 머물던 기존 국제 해저 연구 수준에서 벗어나, 한국 순수 기술로 해저 희토류 자원분포를 3차원 영상으로 분석하는 단계로 이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국과 일본이 해당 해역 선점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KIGAM의 시도는 열위에 있던 자원 탐사 역량을 질적으로 끌어올린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희토류의 공급망 확보와 친환경 채굴 기술 경쟁이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정책·규제적 측면에서도 KIGAM의 이번 탐사는 해외 해저광물 개발의 국제 협력, 해양 환경보호 규정 준수, 데이터 기반 자원 인증 등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공급망 안정법, 국제 해역 자원개발 규약 등과의 연계도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KIGAM의 김윤미 해저지질연구센터장은 “탐해3호 현장탐사는 우리 기술로 해저 자원을 직접 분석하는 첫 전환점”이라고 밝혔고, 권이균 원장은 “전략 자원을 우리 연구선으로 확보한다는 상징성과 공급망 안정화 기여가 커질 것”이라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탐사가 실제 자원개발, 배터리·전자소재 등 첨단 제조산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공급망, 환경 사이 균형이 미래 산업경쟁력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