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후 80년 메시지, 총재선거 직후 발표 검토”…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내 보수 반발 속 절충 모색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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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80년을 맞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자민당 내 보수 진영이 다시 한 번 정치적 충돌 지점에 섰다. 이시바 총리가 준비해온 ‘전후 80년 메시지’ 발표 시기와 형식을 둘러싸고 정치권 내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와 맞물린 일정 조율, 보수 세력의 비판, 역사 인식 계승 등 복합적 쟁점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2일 교도통신은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자신이 퇴임하기 전인 오는 10일경 전후 80년 메시지 발표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예정된 4일 이후, 직접 기자회견 등 공식 석상을 통해 메시지를 밝히는 방안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메시지는 일본이 전후 80년을 맞아 군부에 대한 정치적 통제 실패와 전쟁 발생 원인을 성찰함과 동시에, 현대 일본 정치인들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또, 역대 내각이 보였던 역사 인식 계승 의지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는 1995년 전후 50년 담화를 통해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와 반성의 뜻을 공식 천명한 바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역시 2005년 전후 60년 담화에서 사죄와 반성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5년 전후 70년 담화에서 “지난 대전에 대해 반복적이고 통절한 반성, 사죄의 마음을 표해왔다”며, 미래 세대가 반복적으로 사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해 보수 진영의 입김이 두드러진 바 있다.

 

이처럼, 이시바 총리는 당초 내각 차원의 공식 담화 발표를 검토했으나, 자민당 내 옛 ‘아베파’ 등 보수 세력의 반발을 의식해 개인 명의 견해 표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개인 담화 형식에 대해서도 강한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한편, 자민당은 중일전쟁 당시 사이토 다카오 의원이 일본의 군사행동을 비판했던 ‘반군 연설’ 의사록 복원을 두고 야당과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군부의 압력으로 연설 내용 상당 부분이 의사록에서 삭제됐던 전례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다. 복원 추진이 이시바 총리의 의중에 호응하는 차원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치권 내에서는 이번 메시지 발표가 자민당 내 보수-개혁 진영 대립은 물론, 재임 중 이시바 총리의 정치적 유산 평가에도 직결될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자민당은 향후 ‘전후 80년 메시지’ 발표 이후 당내 통합과 대외 신뢰 회복을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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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시게루#자민당#전후80년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