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 유전성 혈관부종”…라나델루맙, 보험급여 전환 촉발
유전성 혈관부종 같은 희귀·난치질환 환자 보장 강화를 둘러싼 국가 정책 변화가 의료·제약 산업의 지형을 바꿀 분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전성 혈관부종은 C1-에스테라제 억제제 단백질 이상으로 신체 곳곳에 예측 불가능한 급성 부종이 반복되는 희귀질환으로, 국내 추정 환자 1000명 중 진단 사례는 250명을 밑돈다. 평균 진단 소요 기간이 19년에 달해, 진단 이후에도 예측 불가 발작 위험과 응급 상황에 노출되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 환자들은 응급 치료제인 이카티반트 아세테이트(제품명 피라지르)가 2018년 도입, 조건부 보험급여 적용으로 치료 편의성은 높아졌으나, 사용량·급여 기준이 제한적이다. 주요 8개국 및 국제 진료지침이 표준으로 삼는 ‘예방 중심 치료’에 기반한 약제 보험급여 전환 논의가 활발해진 배경이다.

예방 치료제 라나델루맙(탁자이로)은 2021년 국내 허가를 얻었지만, 아직 급여화 절차가 남아 실제 임상에서 폭넓게 쓰기 어렵다. 다수 임상 연구에선 월간 발작빈도 94.8% 감소, 삶의 질 유의한 개선 등 차별적 효과가 입증됐다. 미국, 독일, 영국 등은 응급·예방치료제를 모두 보험 적용하고, 환자별 임상 상황에 따라 치료 옵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보장 체계를 설계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급여화 논의는 2021년 허가 이후에도 심사 및 추가 평가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자 맞춤 임상요소 반영, 보장성 평가의 탄력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최근 국내 유방암 치료 신약이 비용효과성(Incremental Cost Effectiveness Ratio, ICER) 기준 초과에도 정책적 보상을 받으며, 신약 급여 평가의 다층적 기준 도입 필요성이 대두됐다.
희귀질환 치료제에선 임상 효과·삶의 질 개선에도 경제성 평가 부담이 여전하다. 영국, 독일, 일본 등은 사회적 가치, 혁신성 등 다양한 평가요소를 반영해 평가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는 국내 혁신 신약 평가 프레임도 다층화·탄력화해야 의료 혁신과 환자 지원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제언한다.
산업계는 유전성 혈관부종 예방 치료제의 보험급여 전환 논의가 환자 삶의 질 개선과 동시에 희귀질환 보장성 강화의 분수령이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제도가 조화를 이루는 혁신적 전환이 글로벌 희귀질환 치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좌우할 지점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