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액 10분의 1로 급감”…금융당국 규제 본격화 여파
9월 들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꺾이면서, 본격적인 대출 규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규제 시행 이후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모두 수요가 줄며 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향후 추가 대응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어, 관련 정책 방향에 주목된다.
금융권이 28일 집계한 바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월 25일 기준 763조2,715억 원으로, 한 달 새 3,730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7월 4조1,386억 원, 8월 3조9,251억 원 증가했던 것과 비교해 10분의 1로 급감한 수치다. 정부가 지난 6월 27일 발표한 가계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가계대출 둔화의 중심에는 주택담보대출 관리 강화가 있다. 9월 25일 기준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609조1,913억 원으로, 전월 대비 5,2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3월(–4,494억 원)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으로, 정부의 주담대 한도(6억 원) 제한 등 규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모습이다. 직전 두 달간 주담대잔액이 각각 4조5,452억 원(7월), 3조7,012억 원(8월)씩 늘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용대출 역시 총량이 감소했다. 9월 25일 기준 시중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8,331억 원으로, 같은 기간 2,459억 원이 줄었다. 월 중반까지 증가세를 보이다가 말일로 갈수록 감소세로 돌변했다는 게 금융권 설명이다.
다만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대출 수요가 언제든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남아 있다. 시장 일각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대출 추가 규제 등 금융당국의 추가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통계가 대출 규제의 즉각적인 효과를 입증한다고 해석하면서도,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 등 잠재 위험요인에 주목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값이 다시 오를 경우 주담대를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급격히 늘 수 있다”며 “당국의 추가 관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시장 동향을 면밀히 관찰하며 타이트한 대출 규제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책 실효성, 부동산 시장 흐름, 가계부채 구조 변화 등 주요 변수에 따라 추가 대응 마련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급감은 코로나19 이후 지속됐던 가계대출 급증세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시장에서는 당국의 조치가 실제 부채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 그리고 향후 추가 규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국은 “가계대출 시장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향후 정책 방향은 시장 상황과 대출 추이를 토대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