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장동혁 ‘제주4·3 왜곡’ 규탄”…제주 유족·정치권, 국민의힘 사과 촉구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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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사건을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 다시 격화됐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오영훈 제주지사,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 등이 총출동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최근 역사 왜곡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겨냥한 이들의 규탄 기자회견은 4·3사건에 대한 해묵은 진실공방에 다시 불씨를 당기는 모양새다.

 

이날 제주4·3유족과 정치권 대표들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4·3을 공산폭도들에 의한 폭동으로 규정한 ‘건국전쟁2’ 관람 이후,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존중돼야 한다는 망언을 내뱉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 지도부의 이러한 행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계획적으로 제주도민과 4·3 역사를 짓밟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4·3희생자유족회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국민의힘에 즉각적인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4·3유족과 제주도민의 이름으로 묻는다. 장동혁 대표의 발언은 4·3이 공산폭도들에 의한 폭동이라는 관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라는 것인지, 국민의힘은 제주4·3특별법과 국가추념일 지정도 폐지하겠다는 것인지 국민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적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의 망언에 대해 반드시 사죄해야 하며, 당 차원의 ‘건국전쟁2’ 추가 관람을 중단하지 않으면, 제주도민과 유족들은 헌법과 법률 위반에 따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12일 저녁에는 송언석 원내대표까지 해당 영화를 관람한다는 소식이 있다”며, 추가 관람 강행 시 국민적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앞서 장동혁 대표는 지난 7일 정희용 사무총장, 서지영 홍보본부장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과 함께 ‘건국전쟁2’를 관람했다. 이 영화는 해방 이후 좌우 대립과 정부수립 과정을 다룬 독립영화로, 4·3사건을 두고 극명하게 엇갈린 시선을 재점화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으나, 당 안팎에서는 치열한 내부 논쟁과 제주 민심의 분노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측은 “역사적 진실에 대한 왜곡과 망언에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면서 강경 대응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로 4·3사건을 둘러싼 이념 대립이 다시 정치권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제주 지역 전략과 역사 인식 논란이 정국 전반에 변화를 예고하는 가운데, 국회는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 표명과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며 추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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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제주4·3#국민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