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국방비 증액 주도권 강조”…미국 기준에 선긋기→한미 동맹 미묘한 온도차
외교부가 20일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에 대해 조용하지만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미국 국방부가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국내총생산(GDP)의 5%라는 국방비 지출 기준을 제시한 데 대해, 외교부는 “국방비는 국내외 안보 환경과 정부 재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우리가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폭넓은 동맹의 틀 안에서도, 한국 안보와 재정의 현실은 한국 정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모양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엄중한 안보 환경 속에서 우리 국방력을 지속적으로 키우기 위해 필요한 국방비를 계속 증액해왔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역시 “한국은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매우 높은 나라 중 하나”라며 방대한 국방예산 증가를 언급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과의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자체 결정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최근 국방장관과 아시아 안보대화,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등에서 동맹국들에 국방비 5% 기준을 공개적으로 언급해왔다. 미국 내 정치권에서는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GDP 5%’라는 목표를 요구하고 있는데, 비슷한 기류가 아시아 동맹국들에도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은 올해 국방비를 61조 2천 469억 원까지 늘렸고, GDP 대비 2.32%라는 비율은 미군이 주둔한 일본보다도 높다. 최근 10년간 국방비는 23조를 웃도는 폭으로 증가했다.
외교부는 이러한 수치를 근거 삼아, 한국이 이미 주요 동맹국 대비 높은 국방부담을 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재정 여건과 실제 안보 상황, 동맹국 내 역할 등을 바탕으로 증액 필요성을 자체적으로 판단해 온 만큼, 미국의 새로운 기준이 곧 협상의 전제가 돼선 안 된다는 책임감을 내비쳤다. 향후 미국이 같은 사안을 다시 제기할 경우, 정부는 한국의 높은 국방비 비율과 자체 증액 추이를 명확히 전달할 방침이다.
한미동맹의 전략적 공감대는 유지되고 있지만, 양국의 온도차도 곳곳에서 읽히는 분위기다. 앞으로 국방비 결정에 있어 한국 정부의 주도적 입장이 어떤 방향으로 결실을 맺을지 정치권과 전문가, 국민 모두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