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m 정상 등극”…고승환, 코리아오픈 우승→아쉬움 속 금빛 질주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 고승환의 얼굴에는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한계에 도전한 거침없는 질주 끝에 20초54를 기록했고, 관중들의 응원은 뜨거웠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서는 한국 기록 경신이라는 오랜 꿈이 조금은 무겁게 내려앉았다. 코리아오픈은 다시 한 번 무대 위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2025 코리아오픈국제육상경기대회가 8일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치러졌다. 남자 200m 결선에서 고승환(광주광역시청)은 20초54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며 우승했다. 이재성(광주광역시청)이 20초58로 뒤를 이었고, 일본의 니시 유다이는 20초68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전날 남자 100m 우승의 주인공이었던 나마디 조엘진(예천군청)은 이번 200m에서 20초90으로 4위를 기록했다.

한국 200m 스프린터로서 고승환은 이미 역대 3위 기록(20초49)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날 한국 기록(20초40, 박태건) 경신에는 아쉽게도 도달하지 못했다. 우승 직후 트랙 위에서 기록을 확인하며 고승환이 짓던 표정에는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잠시 멈춘 듯한 진한 여운이 남았다.
여자 200m 결선에선 일본의 쓰루다 레미가 23초79로 우승을 차지했고, 신가영(구미시청)이 26초18로 골인했다. 남자 세단뛰기 종목에서는 유규민(용인시청)이 16m57을 기록하며 왕좌에 올랐다. 2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미 바키트로 16m09를 뛰었다. 유규민은 초속 2.8m의 강한 바람을 등에 업은 1차 시기에서 힘 있는 점프를 선보였으나, 공식 기록 요건은 충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위 산정에는 바람의 도움을 받은 기록이 반영됐다.
이번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6년 만에 펼쳐진 자리였다. KBS배와 함께 열린 코리아오픈에는 12개국 60여 명의 선수가 12개 종목에 출전해 오랜만에 예천스타디움에 열기를 불어넣었다. 국제 무대에서 다시 꿈을 펼칠 기회였던 만큼, 선수들에게는 기록을 넘어 서로를 견주고 배우는 소중한 시간으로 남았다.
대한육상연맹 육현표 회장은 더 많은 국외 선수와의 교류를 통한 성장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코리아오픈을 육상 발전의 장으로 다시 만들겠다고 전했다. 한국 육상은 이 무대를 통해 세계로 나아갈 새로운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코리아오픈 이후 선수들은 곧 이어질 국내외 대회와 파리올림픽 예선을 향해 또 한 번 스파이크를 고쳐 신는다.
뜨거운 열기와 묵묵한 도전,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기록에 대한 갈망. 2025 코리아오픈에서 펼쳐진 이 서사는 팬들에게 숙연한 감동과 함께 재도약의 희망을 전했다. 각 선수의 손끝과 발끝에 남은 여운은 곧 다가올 또 다른 무대의 서막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대회를 비롯한 이야기는 KBS1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