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언더파 맹타”…이다연, 더헤븐 마스터즈 2R 선두→첫 승 청신호
숨겨두었던 내면의 자신감이 필드를 감쌌다. 격렬하게 쏟아지는 비, 무게감이 더해진 공기, 그리고 스스로에게 건네는 차분한 격려가 조용한 변화를 만들었다. 이다연은 흔들림 없이 경기를 풀어내며 마침내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 당당히 이름을 새겼다.
21일 경기도 안산 더헤븐 컨트리클럽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더헤븐 마스터즈 2라운드가 펼쳐졌다. 끊임없는 기상 악재와 일몰 순연의 영향 속에서, 이다연은 2라운드 7언더파 65타를 기록해 합계 13언더파 131타, 단독 선두로 치고 나섰다. 이날 이다연은 보기 없이 7개의 버디만을 모으며 단단한 집중력과 완성도 높은 퍼트 실력을 선보였다.

경기는 전날 이어진 폭우와 강풍, 1라운드 미완 경기로 인해 일정이 엉켜버렸다. 2라운드는 낮 12시 30분 첫 조가 경기를 시작해, 마지막 조가 오후 6시를 넘겨서 움직이는 등 선수들은 예측 불허의 변수와 싸워야 했다. 59명이 2라운드를 완주하지 못한 채 일몰로 인해 오후 7시 49분 추가 순연을 맞는 고된 하루였다. 하지만 이다연은 묵묵히 타수를 줄여가며 시즌 첫 우승에 또 한 걸음 가까워졌다.
허리 부상과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딛고, 이다연에게 올 시즌 초반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공동 9위를 기록한 지난달 이후, 살아난 경기 감각이 이날의 완벽에 더욱 힘을 보탰다. 이다연은 경기 후 “1라운드 잔여 경기 때부터 감이 좋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려고 했다. 초반엔 퍼트가 잘 들어가지 않았지만 몇 번 성공하며 부담이 풀렸다. 힘든 시기를 버텨내면 반드시 좋은 흐름이 온다는 걸 다시 느꼈다”며 경쾌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내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고, 주어진 순간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2위 그룹에서는 유현조가 2라운드 8언더파 폭발력을 앞세워 11언더파 133타로 추격에 나섰다. 유현조는 “US여자오픈 출전 후 체력적으로 피곤했지만, 오히려 실력이 올라온 기분”이라고 전하며, “마지막까지 공격적으로 갈 계획”이라고 다음 라운드를 향한 의지를 보였다. 이지현은 10언더파 134타로 선두권을 바짝 뒤쫓고, 김나영 역시 2라운드에서 중간 성적 10언더파로 김민별, 노승희, 한아름과 함께 상위권을 형성했다.
1라운드 공동 선두였던 김나영이 2라운드 8개 홀 소화 중 4타를 줄였고, 박현경이 6언더파 138타, 지난주 KLPGA 메이저 우승자 이동은이 잔여 경기에서 6언더파로 올라설 전망이다. 박민지, 박보겸, 정윤지 등도 2라운드를 각각 4언더파, 3언더파로 마치며 약진 속 경쟁에 가세했다. 지난해 우승자 배소현은 2라운드 10개 홀에서 한 타를 잃는 아쉬움을 남겼다.
마지막 날을 앞두고 필드 위엔 여전히 시간이 남아있다. 수많은 변수와 긴장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불확실한 내일을 준비한다. 흔들렸던 패턴이 서서히 곧게 펴지듯, 이다연의 첫 승 도전 역시 맞바람에 굴하지 않는 굳은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더헤븐 마스터즈는 22일 잔여 2라운드와 최종라운드를 이어가며, 시즌의 또 한 명의 주인공을 조용히 지켜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