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비만치료 주사, 어린이·임신부에 처방”…관리 사각지대 여전

김태훈 기자
입력

비만치료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가 허가 기준을 벗어나 어린이와 임신부 등에게도 처방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료 현장의 관리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위고비가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 이후 올해 8월까지 만 12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점검이 69건, 임신부에 대한 점검이 194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허가 범위를 벗어난 처방이 지속됐음을 보여준다.

출처=김남희 의원실
출처=김남희 의원실

비만치료제는 건강보험 비급여 품목으로 공식 통계에서 관리되지 않지만, DUR를 통해 일부 사용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해당 의약품은 성인 또는 특정 BMI 이상 환자에 한해 처방이 가능하며, 임신 중 사용은 금지돼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은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에게도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비만치료제가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치과 등 비만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진료과에서도 적지 않게 처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무분별한 처방에 따라 위고비 복용 후 급성췌장염, 담석증, 급성신부전 등 부작용으로 치료받은 환자가 961명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159명은 응급실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남희 의원은 “전문의약품인 위고비를 허가 범위를 넘어 처방해도 처벌 규정이 없다”며, “원칙 없는 처방이 국민 건강의 사각지대를 넓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정부는 비만치료 주사제의 안전한 처방 기준을 마련하고, 의료 현장에 대한 실질적인 점검과 행정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공식 승인되지 않은 연령층과 임신부에 대한 처방이 지속될 경우, 예기치 못한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건 당국의 점검 강화와 처방 관리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번 사례는 만성질환 치료용 의약품 관리체계의 허점을 드러내는 한편, 의료기관 현장 점검 강화 및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있다.

김태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위고비#삭센다#김남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