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번 유니폼 물려주며 교체”…김재호, 두산서 은퇴식→박준순에 바통 터치
따뜻한 햇살 아래, 잠실구장 마운드 위에서 김재호의 마지막 야구공 향기는 특별했다. 박수를 보내는 관중들 사이로 전광판에 비친 그의 미소에는 아쉬움보다도 후배들에게 유니폼을 물려주는 자부심이 가득 담겼다. 21년간의 정든 등번호 52번이 그라운드 위에서 조용히 다음 세대에 인계된 순간, 팬들은 야구의 세월과 명예를 함께 만끽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는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 wiz전에서 6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경기는 김재호의 공식 은퇴식이 진행된 의미 있는 날이었다. 2004년 두산에 입단한 그는 오직 한 팀에서만 1천793경기를 뛰고 타율 0.272, 1천235안타, 54홈런, 600타점이라는 기록을 새겼다. 오랜 시간 팀의 '심장'으로 불린 이유였다.
경기 시작 전, 김재호는 아내와 두 딸과 함께 구장의 마운드에 올랐다. 시구와 시타 세리머니에 나서 가족의 환희와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한 몸에 받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두산 소속 선수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1회초 수비시작 후, 김재호는 박준순과 교체됐다. 유니폼 교환식은 새로운 세대에게 팀의 상징성을 물려주는 특별한 장면이었다. 두산 구단도 이날 행사를 “52번 유니폼의 대관식이자, 두산 팬과 선수 모두에게 잊히지 않을 세리머니”라고 의미를 더했다.
이 교체는 조성환 감독대행의 아이디어로 기획됐으며, 이닝 도중 자연스러운 이양식으로 팬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었다. 이날 김재호는 경기 중 수비 기회를 선행하지 않고 1회 2사 후 유니폼을 박준순에게 넘기며, 다음 세대의 탄생을 조용히 알렸다.
김재호는 구단을 통해 “52번은 내게도 큰 의미를 가지는 번호”라고 밝혔다. 이어 “이 등번호를 더 빛낼 후배들이 두산을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또 “박준순, 이유찬, 오명진 등 미래 두산의 주역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은퇴 후 김재호는 중계 해설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날 마지막 유니폼을 벗은 그의 모습은 오랜 팬들에게도, 성장의 길목에 선 신예들에게도 큰 울림으로 남았다.
두산은 이번 은퇴세리머니를 통해 베테랑과 신예 간 세대 교체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날 행사가 끝난 뒤 그라운드는 조용한 감동과 새로운 기대감으로 물들었다. 박준순 등 젊은 선수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또 다른 역사는, 이제 팬들과 함께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