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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비판에 머문 중국, 행동은 미온적”…미국, 중동 올인 속 중국 이득 공식화→전략구도에 균열 예고
국제

“이스라엘 비판에 머문 중국, 행동은 미온적”…미국, 중동 올인 속 중국 이득 공식화→전략구도에 균열 예고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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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호르무즈 해협을 하얗게 가르는 파도 위로 짙은 연기가 피어난다. 바다 저편에서 미사일이 섬광을 남기며 사라지는 순간, 세계는 다시 한 번 중동의 격랑과, 그 안에서 미묘하게 균형을 맞추려는 강대국들의 움직임을 지켜본다. 이 순간, 중국은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에 날선 비판을 퍼붓지만, 행동에서는 신중함과 거리두기를 동시에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 외교부장이 이집트와 오만 등 중동의 주요 외교 수장들과 연이어 직접 통화하며, “이스라엘의 행위는 국제법과 국제 질서에 위배된다”고 단호히 밝힌다. 이란에도 같은 목소리를 전하며, 국제법 위반에 대한 명확한 반대를 재확인한다. 그러나 이 강렬한 언어 뒤에는 중동에서의 실질적 영향력 부족과 전략적 계산이 얽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 중인 한국 선박의 선원이 촬영한 미사일 발사 장면 /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 중인 한국 선박의 선원이 촬영한 미사일 발사 장면 / 연합뉴스

중국이 이란과 맺은 25년 전략적 파트너십, 그리고 주요 에너지 공급국으로서의 신뢰는 견고해 보이지만, 현실은 미국 제재와 이란 내부 경제 문제로 인해 넓게 그려진 청사진이 온전히 성취되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이스라엘과도 활발한 기술·경제 협력이 이어지며, 중국은 양자가 적대적일수록 자국 경제에 부담이 되는 복잡한 진퇴양난에 놓여 있다. 이 불안정한 지형에서, 중국의 발언은 중재자의 언어지만 손길은 머뭇거리며 멀어진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은 경제적으로 중동에서 존재감을 키웠으나 군사적 개입 능력은 없다”고 진단한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의 윌리엄 피게로아 교수 역시 “중동 분쟁에 개입할 동기도, 능력도 중국에겐 없으며, 만약 간섭해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방지 같은 제한적 압력밖에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가늠한다. 중국의 원유 수입량 중 이란산은 약 10퍼센트로, 만일의 사태에도 중국의 에너지 안보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중국은 수사적 지지 이상의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중국이 이란에 군사나 경제적 실질 지원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외려 이번 분쟁으로 미국의 시선이 중동에 고정될 때, 중국은 남중국해와 동아시아에서의 자율성을 넓힐 전략적 여백을 얻는다. 상하이외국어대 판훙다 교수도 “미국의 전략 자산이 중동에 묶이는 것은 중국에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밝혔으며, 다른 전문가들 역시 “미국이 중동에 더 깊이 개입할수록, 중국이 아시아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해석한다.

 

결국, 중국은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하며 존재감을 천명하는 동시에, 실질 행동에서는 한발 물러서 경계를 지운다. 시진핑 주석 체제의 조심스러움과 현실적 한계 속에서, 중국은 중동 격동의 파고를 속내를 감춘 채 바라보고 있다. 이 전략적 미온과 미국의 중동 집중은, 세계 질서에 새로운 파열음을 예고하며, 국제 역학 구도에 조용한 전환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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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스라엘#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