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소송비 부담 완화”…전공의 복귀 논의 급물살, 필수의료 재건 분수령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따른 민·형사상 소송 부담이 필수의료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며, 전공의들의 복귀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국회를 찾아 의료사고 소송 부담 완화 등 개선책을 요구하며, 이에 대한 논의가 의료계 복귀의 핵심 조건임을 강조했다. 업계는 이번 논의를 필수의료 재건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증·핵심 의료의 회복을 미래세대가 주도할 것”이라고 밝히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사법 리스크 완화를 핵심 정책으로 제시했다. 전공의 수련병원을 떠난 이들의 복귀율을 높이는 데 소송 부담 해소가 중추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전협이 전국 사직 전공의 84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수련 재개 의향이 없다'고 답한 전공의 중 72.1%가 필수의료 직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의료 시스템상 필수의료는 암, 희귀·난치질환 등 중증 치료를 담당하는데, 여기에 사법 부담이 얹혀진 결과 심각한 인력 기피 현상으로 이어졌다.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민·형사 책임 범위와 관련 배상금액도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10억원을 넘는 의료사고 배상 판결이 이어지며, 젊은 의료인들이 필수의료 분야 복귀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전공의들은 의료사고 소송 부담 완화와 함께, 수련환경 개선, 군 입대 전공의의 수련 연속성 보장, 필수의료 정책의 재검토 등을 핵심 복귀 조건으로 내세웠다.
법적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글로벌 의료계에서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은 의료사고 손해배상 공제조합, 국가 책임제 등 다양한 정책을 병행하며 의사 개인의 부담을 부분적으로 경감하고 있다. 한국도 의료배상공제조합 확대, 처벌 범위 명확화 등 입법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전공의 복귀의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며 신뢰 회복을 강조했고, 국회 차원의 입법·제도 협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필수의료 인력 회복 없이는 미래 의료체계 전환이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정책·제도 개선과 의료계 내 신뢰 회복이 맞물려야 전공의 복귀와 필수의료 재건 사이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해석도 있다. 산업계는 이번 정책 논의가 실제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