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동결부터 단계적 해법 모색”…이재명, 한미 정상회담 앞 대북 스몰딜 카드 부상
북핵 해법을 둘러싼 한미 공조와 북한의 강경 대응이 맞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단계적 동결부터 비핵화를 향한 ‘스몰딜’ 전략을 공식 언급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정국에서 북핵 이슈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 인터뷰를 통해 북핵 정책 기조를 밝혔다. 그는 “1단계는 핵과 미사일에 대한 동결, 2단계는 축소, 3단계는 비핵화”라고 단계별 접근법을 제시했다. 이러한 ‘동결-감축-비핵화’ 해법은 현상 유지에서 점진적 해결로 나아가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를 담고 있다.

외교 당국도 대통령 기조에 보조를 맞췄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동결-감축-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비핵화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미 두 정상은 25일 미국에서 회담을 갖고, 해당 로드맵을 심도 있게 논의할 전망이다.
이 같은 순차 해법은 ‘빅딜’ 방식이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북미 간 불신이 고착된 상황에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일괄 교환하긴 어렵다는 진단이 반복돼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비핵화는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매우 어려운 과제임을 인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2018년 싱가포르 합의의 연장선임을 환기시키려 한 조치라는 해설이 더해졌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은 한층 완고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우리 국가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며, 이를 부정하려는 시도는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담화에서는 “한국은 우리 국가의 외교 상대가 될 수 없다”며 미국과의 직접 대화 의지를 내비쳤다.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 선을 긋고, 핵보유국 지위만 인정받길 원한다는 해석이 따른다.
정부도 ‘남북 직접 대화’ 대신 북미 채널 가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 역시 “비핵화를 향한 단계별 조치의 실질적 진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언급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북한이 동결 조차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스몰딜 시행시 ‘북핵 용인 효과’가 불거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핵 동결만으로 제재가 풀릴 경우, 실제로는 북핵 능력이 방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면서 현실적 접근을 모색한 점에 의의가 있다”면서도, “북한이 예전에 일정 수준 동의했던 1단계조차 받아들일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와 외교 당국은 대북 접근법을 둘러싸고 신중한 논의를 이어갔다. 정치권은 단계별 북핵 해법의 실효성과 파장, 미국·북한과의 협상 지형 변화 등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추가 대북 조치와 국제사회 협력을 본격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