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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가을, 고요한 산사”…체험과 사색을 즐기는 안성 나들이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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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안성의 가을은 천천히 젖어든다. 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 오후, 선선한 바람과 17도 남짓한 기온이 되레 마음을 느긋하게 만든다. 예전엔 짧은 여행이 번거로운 일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체험과 사색이 담긴 소박한 하루가 오히려 삶의 쉼표가 돼준다.  

 

경기도 안성시는 오래전부터 비옥한 평야와 서해로 흐르는 강줄기에 기대 살아온 곳. 자연스레 풍요가 깃든 이곳엔 지금도 손에 닿는 체험형 명소가 많다. 안성팜랜드는 공도읍에 자리한 넓은 체험 목장으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드넓은 초원에서 사슴이나 양에게 직접 먹이를 주고 쓰다듬으며 평소 놓치기 쉬운 자연의 온기를 깊이 느끼게 된다. 유채꽃밭과 계절을 닮은 색색의 꽃밭은 가족 사진의 배경이 돼주고, “아이 손을 잡고 걷다 보면 어느새 나도 어린 마음으로 돌아간다”고 한 방문객은 고백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안성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안성

좀 더 조용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금광면의 석남사가 기다린다. 차령산맥 품에 안긴 이 산사는 신라 문무왕 시기 창건된 역사를 품은 곳. 가을비 내린 절 마당에선 은은한 숲 내음과 젖은 단풍이 은근하게 퍼진다. 연못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처마 밑 고요를 들으며 잠깐이라도 일상 근심을 내려놓는다. 실제로 기자가 들른 날에도 “여기가 바로 마음의 휴식처”라는 한 중년 여행자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변화는 데이터로도 읽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도심 근교’ 체험 관광지 인기 검색량이 24% 늘었다. 세대불문, 몸과 마음을 쉬어가는 가까운 여행지가 각광받으면서 안성처럼 자연·문화가 어우러진 소도시들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안성맞춤박물관에서의 경험도 특별하다. 박물관은 안성 유기와 지역의 전통 농업·향토 자료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전시를 보는 동안 어린 시절 집안 식탁에 놓였던 유기그릇, 들판을 기억하는 어른들도 많다. 교육 프로그램이나 체험 행사엔 어린이와 성인 모두가 몰려 “세대 넘는 공감이 생긴다”고 박물관 관계자는 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코로나 이후 가까운 도시로 소풍삼아 떠난다”, “뻔한 놀이공원 대신, 이제는 경험이 남는 곳이 좋다”는 목소리가 늘었다. 안성 나들이는 단지 시골의 평온을 즐긴다는 의미를 넘어, ‘느린 사색’과 ‘함께하는 체험’의 가치를 되짚는 시간이라는 의미로 확장되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나들이 속에서 우리 삶의 리듬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비 오는 가을, 안성에서의 하루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는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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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안성팜랜드#석남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