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수감 피해 실거주 지연, 취득세 추징 부당”…조세심판원, 민생 중심 판정 주목
전세사기 등 민생 현안이 조세 분야에도 첨예하게 부각됐다. 조세심판원이 임대인의 수감으로 보증금 반환이 지연돼 제때 입주하지 못한 피해자에게 취득세 추징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리며, 유사 사례의 귀추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조세심판원은 17일 올해 2분기 접수된 주요 민생 분쟁 중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취득세 감면 관련 등 3건의 심판사례를 심의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A씨 사례가 관심을 모았다. A씨는 2021년 전세 계약으로 입주한 뒤, 2023년 5월 생애 최초 주택을 12억원 이하로 구입했다. 그러나 기존 임대인의 전세사기 연루로 인해 보증금 반환과 계약 해지, 이사를 예정대로 진행하지 못하며 구매한 주택에 3개월 내 전입하지 못했다.

현행법상 생애 최초로 12억원 이하 주택을 취득하면 200만원 한도의 취득세가 면제된다. 다만 실거주 요건을 정해 계약 후 3개월 내 입주하지 않으면 감면분 세금이 다시 추징된다. 이에 따라 A씨는 약 6개월이 지나서야 입주를 마쳤고, 이미 환급받은 취득세를 반납하게 됐다. A씨는 "임대인의 범죄로 정상적인 이사를 할 수 없었다"며 환급을 재청구했지만 세무당국은 이를 거절했다.
심판원은 "A씨가 실거주 목적의 주택 취득이 명백하고, 임대인 수감 등 사유로 기존 거주지 퇴거가 불가능해지면서 입주가 불가피하게 지연됐다"며 취득세 추징이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전세사기 등 비상식적 상황에서 피해자가 추가 세 부담까지 지는 '이중고'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같은 날 심판원은 증여세 연부연납(2천만원 이상 증여세를 최장 5년 분할 납부하는 제도)의 적용 기한과 관련해서도 유연한 판정을 내렸다. "최초 고지서 납부 기한 내 접수하지 못했더라도, 연장 기한 내 신청했으면 분할 납부를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이다.
또 건설업체와 관련된 세금계산서의 매입세액 공제와 관련해서도, 실제 거래 사실이 입증되면 계산서 발행일이 공급 시기와 달라도 공제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취득세 환급 등 민생·복지 밀착적 판례가 확산될 경우, 향후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 추가입법과 세정 혁신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입법 취지와 피해자 구제, 행정 실효성 삼각 균형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조세심판원이 판정한 사례들은 복잡한 현실 생활과 법률·세정의 교차지점에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심판사례를 비롯한 유사 민원에 대응해 세정 행정의 탄력적 운영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