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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의 해변과 달콤한 빵”…속초에서 만나는 느린 여행의 여유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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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비가 오는 해변을 걷는 사람들이 많다. 쏟아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파도와 바람, 도시의 풍경이 한데 섞이는 속초 해변에서 그만의 여유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예전엔 맑은 날만 떠올렸던 휴가는, 오늘은 우중충한 하늘 아래 오히려 느림과 고요의 감성을 더한다.

 

속초에서는 날씨가 여행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조양동 해변에 우뚝 선 속초아이대관람차에 오르면 65m 상공에서 비가 내리는 동해 바다와 안개 낀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15분 남짓의 여유를 가지면, 해 질 녘 젖은 풍경이나 흐린 밤하늘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난다. 캐빈 안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창밖으로 스치는 바람에 사람들은 괜스레 감성이 젖는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속초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속초

캠핑족이나 가족 단위 여행자들이 노학동 과자의성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향도 뚜렷하다. 달콤한 향이 가득한 베이킹 공방에서 원주 복숭아 빵, 설악산 단풍 빵처럼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40여 가지 빵을 맛본다. 3층 루프탑 카페에서는 설악산 울산바위와 대청봉, 속초 시내를 나란히 바라본다. 바람 소리와 은은한 빗소리가 어우러지는 이 공간은, 요즘 SNS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속초 인증샷’ 명소로 손꼽힌다. 직접 쿠키나 과자집을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찾는 가족들도 많아졌다.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설악동 신흥사에서 만날 수 있는 고요가 깊어진다. 신라 시대 창건된 신흥사는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보물과 유물에 기대어, 방문객들에게 긴 호흡의 평온함을 선물한다. 이국적인 가을 숲과 단정한 사찰 경내를 거닐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삶의 속도가 조금 느려진다.

 

실제로 기자가 체험해 보니, 속초의 빗속 도시는 날씨에 기대거나 한계 짓지 않는다. 다양한 취향과 감정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 각자만의 페이스로 머물다 가는 여행지로 거듭났다. 트렌드 분석가들은 “지역성을 품은 먹거리와 조용한 자연스팟, 온기를 주는 로컬 체험이 주도하는 게 현대 여행”이라고 해석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오는 속초가 더 감성적이다”, “대관람차에서 보던 흐린 바다 색감을 잊을 수 없다”, “베이킹 체험하며 가족과 웃은 하루가 특별히 남았다”는 식의 경험담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속초는 단순 일상에서 벗어난 ‘쉼’의 장소로, 차분히 자신을 재정비하는 여행지로 자리잡고 있다.

 

작고 느린 여행의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리듬은 그 안에서 고요하게 조율되고 있다. 비 오는 속초 해변을 걷는 시간, 따뜻한 커피와 빵의 향, 고택에서 맞는 적막이 오늘의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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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속초아이대관람차#신흥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