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외환보유액 비중 30년 만에 최저”…달러화 급락에 신흥국 환율 변동성 확대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1995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며 달러화의 글로벌 통화 위상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달러화 비중 하락이 실제로는 환율 급락에 따른 현상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신흥국 외환시장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0월 1일(현지시간) 발표한 ‘공식 외환보유액 구성 통계’에 따르면, 2025년 6월 말 기준 세계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 비중은 56.32%로 집계됐다. 이는 3월 말보다 1.47%포인트 하락한 수치이자 199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IMF는 "달러화 외환보유액 비중 감소의 92%는 환율 변동에 따른 효과이며, 고정 환율로 환산 시에는 57.67%로 큰 차이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2분기 동안 달러화는 다른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기록했다. 유로화 대비 9%, 스위스프랑 대비 11%, 파운드 대비 6%씩 내려갔고, 달러인덱스(DXY)는 상반기 기준 10% 이상 떨어져 1973년 도입 이래 최대 하락 폭을 보였다. 이에 따라 달러화 외 보유 외환 중 유로화 비중은 21.13%로 상승했으나, 실질적으로 유로화 보유액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파운드화의 경우에도 환율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IMF는 달러화 하락의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정책 예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기준금리 인하 압박, 연방정부 재정적자 확대 등 시장 불확실성 요인들을 꼽았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 운용에서 실질적으로 달러를 줄였다기보다는, 미국 달러 가치가 빠르게 떨어진 데 따른 ‘비중 감소 착시’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글로벌 환율 변동성이 신흥국 금융시장, 수출입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해 주요 투자기관들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와 글로벌 환율 불안이 심화되면 신흥시장 금융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통화정책·상품수지 변동에 민감한 국가들의 환율 변동성 관리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IMF는 “시장 상황 악화 시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 운용 전략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세계 외환시장에서는 하반기 미국 경제지표와 금리 인하 속도, 미 대선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달러화 흐름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외환 당국 및 투자자들 모두 환율 리스크 대비가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오는 연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방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