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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진 빗속, 고립된 도로”…갑작스런 침수에 삶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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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진 빗속, 고립된 도로”…갑작스런 침수에 삶이 멈췄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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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장마가 길고 빗줄기가 거세진 날, 골목마다 물이 차오른다. 전에는 남의 일 같았던 폭우 피해, 이제는 우리 일상이 됐다. 17일 새벽, 충남 서산에서는 갑작스러운 물폭탄에 도로 위 차량이 침수됐고, 한 남성의 삶이 고요히 멈췄다.

 

현장은 피할 수 없는 위기였다. 16일 해질 무렵부터 쏟아진 폭우는 서산에만 344㎜를 쏟아 부으며 도시의 낮은 도로를 물길로 바꿔놓았다. 새벽 4시, ‘차가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연이어 접수됐고, 소방대원들은 바삐 움직였다. 한 차량에 타고 있던 세 명은 간신히 구조됐지만, 그보다 조금 떨어진 침수 차량의 또 다른 남성은 결국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새벽의 참사, 그 안에 깃든 무력감은 되돌릴 수 없었다.

연합뉴스 독자제공
연합뉴스 독자제공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충남 지역에는 집중 호우가 예년보다 더 자주, 더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누적된 강수량과 도로 배수 인프라, 그리고 자연재해에 대한 시민 경각심이 우리의 준비 수준을 다시 보게 만든다.

 

위험관리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 집중호우가 점점 일상이 돼간다”고 느꼈다. 그러다 보니 “차량 내 고립 상황에서는 침착하게 신속 대피가 최우선이며, 사전에 경로와 주변 지형을 점검하는 습관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시민은 “그 새벽, 서산 도로를 운전하고 있었다면 나 역시 저런 위험에 노출됐을까 무서워지더라”며 아찔했던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폭우 예보가 있을 땐 외출을 미루고, 주차장도 고지대로 옮기자’, ‘백미러 너머 고인 물이 괜찮아 보여도 방심하면 순식간에 물에 잠긴다’는 체험담이 모인다. 일상 속 불안과 경계가 점점 긴박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돌이켜보면, 한 도시의 비극이 내 가족의 이야기로 번지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갑자기 내리는 폭우와 침수, 그리고 그 뒤에 남는 상흔은 단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점검해야 할 현실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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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침수차량#폭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