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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500억달러 투자 수정안 주고받은 한미”…김정관 장관, 美 러트닉과 관세 협상 돌파구 촉각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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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 쟁점인 3천500억달러(493조원) 대미 투자 패키지 구체화 방안을 둘러싼 외교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가 '투자 MOU 수정안'을 제시한 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극비리에 미국으로 급파돼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회동함에 따라, 양국이 오랜 논의 끝에 돌파구를 찾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나 한미 관세 협상 명문화 방안을 놓고 회담했다. 지난해 7월 30일 양국이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에 합의한 바 있으나, 실제 투자 방식과 조건을 둘러싸고 이견이 깊어 교착 상태가 이어져 왔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전격적으로 이뤄진 김 장관의 이번 방미는 지난달 11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이뤄진 것으로, 대통령실 일각만 인지한 극비 행보였다. 한국 측은 직접투자 비중 축소, 투자처 선정권 보장, 그리고 한미 간 무제한 통화 스와프 체결 등 '상업적 합리성'을 내세운 수정 제안서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의 공식 반응이 이번 회동에서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 정부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투자 양해각서(MOU)에는 서명하지 않겠다"며 관세 협상 결렬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특히 통화 스와프를 대미 투자의 '필요조건'으로 내건 점이 이번 협상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정치권과 통상 전문가는 한미 모두 투자 MOU 문안에 직접 투자 규모와 투자처 선정 절차 등 민감 쟁점에 대해 유연한 문구 삽입 등 절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이미 일본과 무역 합의를 마친 상황에서 한국에는 더 관대한 조건을 줄 경우 다른 협상국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협상 결과에 따라 이달 말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등 양국 외교 일정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WSJ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간 이 같은 무역 협상 결과가 미국의 글로벌 관세정책 평가에 중요한 바로미터라고 짚었다.

 

다만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은 연방준비제도와의 문제로 정부 간 단기간 합의 도출이 실질적으로 쉽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도 많다. 이에 따라 양국 협상단이 마지막 순간까지 줄다리기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국익 최우선이라는 원칙하에 미국과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권은 APEC 정상회담 전 협상 타결 여부에 주목하며, 여야 모두 한미 경제외교의 성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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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러트닉#관세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