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안타 맹타”…이정후, 애리조나전 맹활약→샌프란시스코 연장승리 주역
머뭇거림은 없었다. 이정후가 찬란한 순간마다 방망이를 힘차게 돌릴 때, 샌프란시스코 벤치는 뜨거운 박수로 응답했다. 마지막 연장 승부치기, 이정후가 결승 주자로 홈을 밟는 순간은 팀의 5연패 그림자를 말끔히 거둬낸 장면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3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 경기에서 연장전 접전 끝에 6-5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팀은 46승 41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 자리를 지켰고, 2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는 0.5경기 차를 유지했다.

이정후는 5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의 맹타를 과시했다. 약 한 달 만에 기록한 멀티 히트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1회초 2사 1루에서 이정후는 애리조나 선발 메릴 켈리의 초구 148km 포심 패스트볼을 통타, 우중간 담장을 때리는 1타점 3루타를 기록하며 팀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제이크 매카시가 점프 캐치를 시도했으나 공은 곧장 외야 담장에 맞고 튕겨나와 이정후가 넉넉하게 3루에 안착했다.
이어 4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켈리의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우익선상 2루타를 추가했다. 경기 후반에도 집중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내야 안타로 이날 세 번째 안타를 완성하면서 팀의 추격 의지에 불을 붙였다.
연장 10회, 승부치기 제도 속에서 이정후는 2루 주자로 나서 끝내 결승 득점을 올렸다. 이 한 번의 질주는 팀 전체가 간직해온 연패의 무게를 산뜻하게 걷어냈다. 양 팀 합쳐 치열하고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으나,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주도적인 활약을 바탕으로 승부의 흐름을 되찾았다.
경기 뒤 이정후는 “팀이 중요한 순간 연패를 끊게 돼 기쁘다. 앞으로도 집중력을 잃지 않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애리조나 선발 메릴 켈리는 6이닝 3실점 호투에도 9회 동점으로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켈리는 과거 KBO리그에서 4년간 48승을 쌓아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한편 샌프란시스코는 4일 애리조나와의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출격을 앞두고 있다. 이정후의 맹활약에 힘입어 현지 팬들과 전문가들은 남은 일정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인 분위기다.
삶의 무게를 뒤로 미룬 채, 끝내 팀을 승리로 이끄는 순간의 미학. 이 감동적인 기록은 2025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의 여름을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