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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특식 대신 백설기”…윤석열·김건희 부부, 나란히 구치소 명절 맞아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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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앞두고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치소에서 추석을 맞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각각 서울구치소와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교정당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별도의 특식 없이 운동 시간과 일부 기부 물품만 제공키로 했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금된 사례는 사상 처음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교정당국은 올해 추석 연휴에 ‘명절 특식’ 대신 야외 운동시간을 부여하고, 일부 음식은 기부를 통해만 지급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에서는 7일, 김건희 여사가 있는 서울남부구치소에서는 8일 운동을 할 수 있다. 공휴일 기간엔 변호인 접견이 제한되며, 가족 접견도 4일 하루만 허용했다.

식단 역시 별도 특식이 사라졌다. 서울구치소의 추석 아침은 미니치즈빵과 삶은 달걀, 점심엔 유부우동국과 돼지갈비찜, 저녁엔 꽁치김치조림 등으로 꾸려졌다. 김건희 여사가 수감된 서울남부구치소의 식단은 아침 두부김칫국, 점심 청국장, 저녁 쇠고기매운국 등으로 구성됐다. 명절 음식 대신, 서울구치소는 2일 백설기를 미리 지급했으며, 서울남부구치소는 사과와 바나나, 백설기를 하나씩 제공한다.

 

교정당국은 “예산 문제로 올해부터 명절 특식은 제공하지 않는다”며 “향후 예산이 확보되면 재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개천절과 한글날에는 소정의 특식이 마련된다. 3일 서울구치소에는 맛밤, 서울남부구치소에는 커피음료와 도넛이 배식됐고, 한글날엔 각각 조각 케이크, 유과가 지급될 계획이다. 모두 1인당 1천700원 이내 예산이 잡혀 있다.

 

연휴 기간 동안 구치소에서는 오전 9시 15분부터 밤 9시까지 KBS1, MBC, SBS, EBS1 등 4개 지상파 방송을 실시간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9일 한글날에는 EBS1에서 추석 특집 영화 편성도 예정돼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이례적 명절 구금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7월 10일 재구속된 상태이며, 김건희 여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8월 구속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두 사람이 같은 시기에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것은 헌정사상 유례가 없다.

 

정치권은 “헌법질서 수호와 법치주의 원칙 아래 구치소 내 규정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 예우 문제부터 재소자 처우, 재판 과정의 엄정성까지 다층적 문제의식이 제기된다.

 

향후 재판 절차와 함께, 교정당국의 예산 확보에 따라 명절 특식 정책이 다시 복원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교정시설은 연휴 중 명절 분위기 최소화에 중점을 두고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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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김건희#구치소명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