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새겼다”…국회, ‘계엄 해제’ 상징석 제막 논쟁 속 의미 조명
비상계엄 해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가 제77주년 제헌절을 맞아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각오를 새긴 상징석을 세우며 다시 한 번 헌정 가치의 의미가 조명되고 있다. 여야 간 비상계엄 책임론과 민주주의 수호 의지가 맞서는 가운데, 주요 정치 인사들이 국민 앞에서 각기 다른 해석과 의지를 내보였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는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전격 선포했던 비상계엄을 국회 표결로 해제한 사실을 기념하는 '비상계엄 해제' 상징석이 제막됐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대한민국 국회’라는 문구가 새겨진 상징석은 국회 정문 앞 광장의 자연석을 이용해 가로 5m, 세로 2m, 높이 1.2m로 조성됐다. 국회는 상징석 아래에 2025년 대한민국 시대상을 담은 타임캡슐도 묻었다. 이 타임캡슐은 100년 뒤 개봉된다.

이날 제막식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이학영 국회부의장, 주호영 국회부의장,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 여야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행사에 불참해 뚜렷한 정쟁 구도를 보여줬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헌법이라는 방패로 비상계엄을 막았다"고 언급하며, 당일 현장에서 헌정을 지켜낸 시민들에게 국회를 대표해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이어 “국회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문구를 스스로 새길 수 있게 된 데에는 험난한 헌정사가 있었다”며 “끊임없는 노력만이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 뜻이 중심이 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재판소의 최종 심판에 의해 부당하고 잘못된 것임이 확정됐다”면서도, “국회의 신속한 결정으로 헌정을 지켜낸 일은 상당히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당일의 비장함을 잊지 않는다"며, "국민이 앞장서서 계엄을 막아냈고, 저희가 거기에 일조했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내란을 철저하게 단죄하고 응징하지 않으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상징석이 설치된 잔디광장 해치상 옆엔 제헌절 의미를 기념하기 위한 각계 인사 및 시민들의 의견이 더해지며,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되새겼다. 한편, 국민의힘 측에서는 행사 불참을 통해 내란 책임론에 강한 유감을 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는 제77주년 제헌절 경축식이 이어져, 헌정 가치와 국가의 방향을 재확인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정치권은 ‘비상계엄 해제’ 후유증과 상징석 제막 의미를 놓고 여전히 교차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은 앞으로도 민주주의 수호와 관련한 법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계엄 법제 정비와 함께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정치 개혁 논의에도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