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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으로 막은 10년짜리 수비”…이정후, 서커스 캐치→샌프란시스코 7연패 끊었다
스포츠

“무릎으로 막은 10년짜리 수비”…이정후, 서커스 캐치→샌프란시스코 7연패 끊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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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파크에 붉게 내려앉은 저녁 무렵, 모두의 심장이 멈춘 듯한 순간이 펼쳐졌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승부 속에서, 이정후가 외야 깊은 곳을 가르며 질주한 뒤 땅에 미끄러졌다. 무릎을 오므려 날아온 공을 품에 안은 결정적 한 순간, 오라클파크엔 환호와 동경이 동시에 번졌다. 샌프란시스코의 긴 침묵을 깨뜨린 이정후의 슈퍼 캐치는 경기장의 공기를 바꿔놓았다.

 

이정후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4회초, 탬파베이 얀디 디아스가 깊은 우중간, 일명 트리플스 앨리로 타구를 날렸다. 상대 외야수 모두가 긴장하며 지켜보던 타구를 이정후는 망설임 없이 추격했고, 글러브에 먼저 닿은 공은 다리를 타고 빠져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반사적으로 두 무릎을 오므린 이정후는 순식간에 공을 품어냈고, 마치 암탉이 알을 감싸듯 야구공을 지켜냈다.

“무릎으로 잡은 호수비”…이정후, 오라클파크 명장면 연출·샌프란시스코 7연패 탈출 / 연합뉴스
“무릎으로 잡은 호수비”…이정후, 오라클파크 명장면 연출·샌프란시스코 7연패 탈출 / 연합뉴스

이 수비 직후 이정후가 무릎 사이에서 공을 꺼내 들어 올리자, 오라클파크 관중석에서는 일제히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익수 드루 길버트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현장을 지켜봤다. 현지 해설진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이크 크루코는 "무릎으로 잡았다"며 감탄했고, 듀에인 쿠이퍼는 "10년짜리 수비"라는 표현으로 이 순간의 가치를 평가했다. MLB닷컴 역시 이정후를 “정후니(Knee·무릎)”로 소개하며 현지와 국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정후의 호수비에 힘입어, 샌프란시스코 선발 로건 웹은 7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마운드를 지켰다. 샌프란시스코는 단단히 뭉쳐 탬파베이를 7-1로 제압했고, 힘겹게 이어졌던 7연패의 사슬을 마침내 끊어냈다. 이날 승리로 팀 분위기가 전환점을 맞이하며, 앞으로의 순위 경쟁에도 새로운 동력이 될 전망이다.

 

오라클파크 현장에는 뜨거운 팬들의 환호와 함께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실감하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기록 그 이상의 울림을 남기며, 이정후의 이날 플레이는 야구 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또 하나의 순간으로 남았다. 샌프란시스코의 연패 탈출과 이정후의 명장면은 현지 야구의 또 다른 이야기를 썼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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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샌프란시스코오라클파크#탬파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