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정성 깃든 추석 차례상 풍경→홍동백서 원칙 따라 전통의 숨결 이어지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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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풍요가 무르익는 가을, 추석의 아침은 유난히도 고요하다. 조상의 숨결을 따르듯 가족은 둘러앉아, 정갈하게 차려진 차례상을 마주한다. 붉고 흰 과일이 색과 방향의 질서로 배치된 상 위에서, 기억은 세월의 바다를 건너온다.
차례상은 곧 예와 정성의 풍경이다. 그 중심에 자리한 홍동백서의 원칙은 음양오행의 순환에서 비롯된 지혜다. 사과, 대추처럼 붉은 과일은 늘 동쪽에 놓이고, 배, 밤 같이 흰빛 과일은 서쪽에 머무른다. 색의 대조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조화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아우르는 정신의 장엄함이 된다.

유구한 예법은 상차림의 수많은 디테일로 이어진다. 지방을 중심에 두고 왼편에는 생선과 육류가, 오른편에는 나물과 채소가 나뉘어 선다. 술잔은 오른손에 조심스레 들어 올리며, 절 두 번에 마음을 담는다. 각 가정의 상은 다르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변치 않는 것은 조상에게 전하는 감사, 그리고 가족에게 흘러드는 사랑이다.
세월이 흐르며 차례상은 조금씩 간소화됐으나 그 본질은 여전하다. 단순히 옛것을 따르는 의례라기보다, 살아 있는 전통과 세대의 마음을 잇는 소통의 자리로 진화했다. 한 상의 조화로움 속에 각 세대는 삶의 의미를 다시 되새긴다.
10월 6일까지 이어지는 추석 명절, 정성 곁든 차례상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남아, 우리 모두에게 전통의 소중함과 가족의 소란스러움을 동시에 선물한다. 마침내, 옛 시간을 닮은 그리움과 더불어 다정한 하루가 완성된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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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홍동백서#차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