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 아이린·슬기, 기울기의 강인한 미학”…‘틸트’에 새긴 흔들림의 성장→멈추지 않는 서사
바람이 스치듯 섬세한 긴장감과, 단단함을 감춘 온기가 ‘레드벨벳-아이린&슬기’의 귀환 무대를 감쌌다. 두 사람은 다섯 해 만에 또 한 번 동반자로 나서, 신보 ‘틸트’로 흔들릴수록 더욱 빛나는 현재와 성장의 한 순간을 노래했다. 온화한 평정과 아슬아슬한 경계 위의 균형, 그 사이 어딘가에서 미묘하게 흔들리는 자신만의 기울기를 포착하며, 현실의 불완전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틸트’는 미치 핸슨을 비롯한 세계적 작곡진, 국내 대표 작사가진의 손끝에서 완성된 앨범이다. 동명의 타이틀곡 ‘틸트’는 자유로운 움직임과 오묘한 균형을 전면에 내세운 R&B 그루브로, 인위적 틀에서 살짝 방향을 틀어 새로운 조화를 찾아가는 이들의 서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명암 위로 덧그려낸 환상, 잘려나간 시야 밖을 가득 채운 상상”이란 시적 가사는 옳고 그름이 아닌, 각기 다른 균형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수록곡마다 각기 다른 음악적 결을 품었다. 90년대 감성의 힙합 R&B ‘왓츠 유어 프로블럼?’에서는 신인 그룹 ‘키스 오브 라이프’의 쥴리가 랩 피처링에 참여했고, 방탄소년단 프로듀서 피독이 작곡과 편곡을 담당해 곡의 깊이를 더했다. 힘이 되는 메시지의 팝 댄스 ‘걸 넥스트 도어’와, 켄지·문샤인 등 히트메이커들이 참여한 ‘트램펄린’, ‘헤븐’까지, 모든 곡이 ‘기울기’라는 테마 아래 뚜렷한 색채로 리스너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아이린과 슬기는 각자 다른 결의 음색과 춤선으로 현실의 불완전함과 균열을 노래했다. 아이린은 투명한 분위기와 깊은 시선으로 감성을 이끌었고, 슬기는 특유의 꾸준함과 호소력 짙은 보컬로 곡에 밀도를 더했다. 두 사람이 만드는 상반된 에너지와 유려한 퍼포먼스는, 완전한 평행이란 없는 인생에서 흔들림을 긍정하는 새로운 성장 서사를 완성했다.
이번 앨범은 성장 이야기를 넘어 장르의 경계와 팀의 색을 넓히며, 스스로 단단해진 두 사람이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는 승리의 순간을 담았다. 일직선의 결단이 아닌, 작은 떨림에서 비롯된 묵직한 용기와 안정감은 듣는 이에게 공감 그 이상의 힘을 건넨다. 레드벨벳-아이린&슬기의 두 번째 미니앨범 ‘틸트’는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만날 수 있으며, 삶의 다양한 기울기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특별한 위로와 여운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