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적 규정 동의 안 해”…정동영, 청문회서 ‘위협’ 강조
북한을 둘러싼 주적 논란이 다시 일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위협성을 인정하면서도 ‘주적’이라는 규정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 간에는 표현의 수위와 한반도 안보전략 방향을 둘러싼 격렬한 신경전이 오갔다.
정동영 후보자는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북한이 대한민국 주적이라는 견해에 동의하느냐’고 질문하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은 주적도, 적도 아니냐’는 질의에는 “위협”이라고 정의했다. 북한의 핵무장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질문에 정 후보자는 “쏠 필요가 없는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 정부가 할 일”이라며,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사적 긴장을 사전에 막는 것이 정부의 책무임을 내세운 것이다.

주적 개념 도입은 1995년 국방백서가 처음이다. 이후 2004년부터 국방백서는 ‘직접적 군사위협’이라는 표현으로 변경됐다. 반면, 2022년 국방백서에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명시적 표현이 다시 들어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지난해 “한국 괴뢰 족속들을 우리의 제1의 적대 국가, 불변의 주적”이라고 공공연히 밝힌 바 있어 남북 모두 용어의 정치적 의미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는 북한 동향을 살피기 위해 무인기를 보내는 것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답하면서도, “인공위성 등 다양한 수단으로 감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안보 대응 방식의 현실적 재검토를 시사했다.
또한 9·19 군사합의 복원 방식에 대해 정 후보자는 “2024년 6월 국무회의 의결로 9·19 군사합의가 중지됐다. 새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로 다시 복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개인 견해임을 전제로, 군사적 위협을 실제 행동으로 자제하는 중간단계를 거치는 것이 우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긴장 완화와 상호 신뢰 회복을 위한 점진적 접근이 필요함을 역설한 셈이다.
정치권은 정동영 후보자의 발언을 두고 한반도 안보 체계의 기조 변화 신호로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주적 규정 완화가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현실 인식이 안일하다”고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 등은 유연한 안보관이 대화의 문을 넓힐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 후보자의 입장 표명 이후 9·19 군사합의 논쟁과 남북관계 긴장 완화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여야 내에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과 정부 외교·안보 기조 논의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계획이다.